수년을 끌어온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보고서 공개가 오는 5월 총선 후로 다시 늦춰지면서 당시 참전 결정을 내렸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번 결정의 배후라는 의혹에 휩싸이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블레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BBC 방송을 통해 보고서 공개는 자신과 무관하며 공개가 됐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배후 의혹이 “부정확하며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최종 조사보고서가 나오면 2003년 이라크 침공 결정이 옳은 일이었음이 입증될 것이라고 오히려 항변했다.
노동당 출신인 블레어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보낸 메모들이 차라리 일반에 공개되는 것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보고서 내용은 지금의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현 정부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영국 언론들은 지난 2009년 구성된 영국 이라크전 진상조사위원회가 최종보고서 발표를 오는 5월 7일 총선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의견을 총리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종 보고서 제출은 당시 블레어 총리와 부시 대통령 간 대화록 등 기밀문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으로 늦춰져 왔으며, 그동안 블레어는 참전 결정 과정의 민감한 내용 공개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정치인 존 칠콧 경이 이끄는 조사위원회는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인 지난 2009년 구성돼 2년간 활동했다. 최근 활동 결과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총선 이전에 내놓으라는 압박에 시달려왔다. 하지만증인들의 반론 준비기간이 부족한 점을 들어 보고서 공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2003~2011년까지 이어진 이라크전에 초기 6년간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179명의 전사자를 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블레어 전 총리 “이라크전 보고서 나와는 무관”
입력 2015-01-2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