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을 주지 않으면 일본인 2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이슬람국가(IS)’ 측이 제시한 협상 시한(23일 오후 2시50분)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인질을 구해낼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질들이 시리아 북부 라카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출 작전을 펴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IS에 억류된 사업가 유카와 하루나(42)와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47)가 라카 인근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리아 반체제 인사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반체제 세력 ‘이슬람전선’ 조직원은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IS는 보통 포로나 인질을 붙잡으면 적대 세력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실효적 지배를 확립한 라카로 이송한다”며 “풀려난 인질에 따르면 처형된 서방 언론인들도 라카 인근에 있었다”고 말했다.
라카는 IS의 본거지로 중무장한 IS 대원들이 많아 서방의 특수부대가 침투하기 어려운 곳이다. 앞서 미군은 지난해 여름 라카 인근에서 헬리콥터로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구출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질들의 안전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IS 측에서 접촉 시도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없다”고 답했다.
일본은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의 지역 부족과 이슬람 수니파 주민 등도 IS에 가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 영향력을 가진 부족 간부, 이슬람 지도자 등을 통해 IS와 접촉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IS로부터 인질 구출에 성공한 터키로부터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IS는 일본 정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IS 소속 남성 홍보 관계자는 이날 새벽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교섭을 위해 나카야마 야스히데 외무부대신이 요르단 암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실현시키겠다”며 몸값을 주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말했다.
암만에서 현지 대책본부를 지휘 중인 나카야마 부대신은 일본인 2명이 풀려날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보수집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만 언급했다.
국제 사회에 대한 지원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토니 애보트 호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정보수집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만나 협력을 약속받았다. 한편 미 국무부 당국자가 몸값을 내고 인질을 데려와선 안 된다고 일본 정부에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몸값 지불은 테러 조직 확대로 이어진다. 일본은 테러와 협상하지 않는 미국의 오랜 방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IS의 협박 동영상에 등장한 복면을 쓴 남성이 과거 미국인 인질 등을 살해한 영국인 ‘지하드 존’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일본인 인질’ 협상 시한 다가오는데… IS 본거지에 억류된 가능성 높아 구출 어려울듯
입력 2015-01-22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