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해외 남북정상회담 열릴까

입력 2015-01-22 16:33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사상 첫 해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이번 행사에 초청받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초청을 수락할 경우 남북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스크바 남북 정상 조우’까지는 상당히 많은 변수가 상존한다. 우선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굳이 해외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정상회담을 한반도 밖에서 한다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높은 관심을 표명한 만큼 러시아를 매개로 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 5월까지 양측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모스크바에서의 조우로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최우방 미국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다. 대(對)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우방국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에도 동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승전 기념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러시아측의 박 대통령 참석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러시아를 먼저 방문할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이후 대중 관계에 큰 불편을 겪으며 러시아와 가까워졌다. 그러나 과연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제1의 후원국이 될 수 있을지는 북한으로서도 미지수다. 따라서 김 제1비서가 러시아 방문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해도 이를 다 제쳐놓고 승전 기념식 참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박 대통령의 승전기념행사 참석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