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이 금연의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5~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에 함유된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 때문이다.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 흡입량도 배 가까이 많다. 정부는 ‘전자담배=담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포틀랜드대학 연구진은 5V 전압에서 전자담배 용액을 하루 3㎖ 흡입할 경우 포름알데히드 14㎎을 마시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AF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일반 담배 한 갑을 피울 때 마시는 포름알데히드(3㎎)보다 5배 정도 많은 양이다.
연구진은 “기화된 연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서 보수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전자담배를 오래 사용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 담배를 피울 때보다 최대 15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3V의 낮은 전압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면 포름알데히드가 나오지 않았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기체 형태로 빨아들이게 만든 기기다. 중독성 물질인 니코틴뿐 아니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담배특이 니트로사민, 여성 불임 및 남성 정자 감소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 프탈레이트 등이 들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통해 흡입하는 기체의 포름알데히드는 니코틴 용액에 포함된 것보다 193배 많았다. 강한 독성을 가진 포름알데히드는 노출량이 30ppm 이상이면 인두염 기관지염에 걸리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니코틴 함량은 전자담배 10모금(니코틴 0.41∼2.2㎎)이 일반 담배 1개비(니코틴 0.1∼1.4㎎)보다 배 정도 높다.
이렇게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최근 전자담배를 찾는 인구는 되레 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전자담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배 이상 뛰었다.
정부는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점을 강조한다. 담배사업법 상 담배로 분류돼 연초담배와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다만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닌 ‘의약외품’으로 구분돼 청소년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자담배 관리 체계가 엉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자담배는 일반적인 공산품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국은 전자담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나 판매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이 약국에서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를 산 뒤 니코틴 용액을 따로 구입해 넣는 방식으로 전자담배를 피울 수 있다”며 “전자담배에 대한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조성은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
전자담배, 일반담배보다 암 걸릴 확률 5~15배 높다
입력 2015-01-22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