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월호 리본을 철거하겠다며 등장한 ‘서북청년단’이 최근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천막을 이달 안에 강제 철거하겠다고 공언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진보 커뮤니티에서는 “테러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네요. 22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논란은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이라는 정함철씨가 최근 인터넷에 ‘강원도 원주 소재 세월호 리본 일제 정리함. 다음은 광화문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씨는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천막은 엄연한 불법이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망국적 선동에 이용하고 있는 종북매국세력들의 기만술”이라며 “1월 중 광화문 내 세월호 거짓선동 천막은 반드시 철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북청년단은 해방 이후 이념대결이 극으로 치닫던 1946년 11월 월남한 청년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반공을 기치로 공산주의자라고 의심되는 자에게 폭력과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제주 4·3항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수많은 제주도민을 학살하며 악명을 떨쳤죠.
그는 관계 당국이 거짓선동 세력들의 눈치를 보느라 세월호 추모 천막을 치우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는 “행정부와 사법당국이 저 거짓선동 세력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씨는 글에서 이미 지난 9일 광화문 세월호 선동 현장을 답사했고, 지난 11일에는 원주시 일대의 세월호 추모 리본과 전공노 관련 현수막을 제거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영상에 보면 정씨는 서북청년단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광화문 세월호 추모 천막을 답사하는데요. 유가족들이 “서북청년단이 어떤 곳인지는 아느냐”며 강하게 다그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정씨는 아울러 세월호 유가족이 자진해 광화문 천막을 철수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자진해 철거하지 않으면 1월31일 자정을 기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국론분열 선동 천막을 강제 철거 대집행할 것”이라면서 “저는 한다면 합니다”라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정씨의 도발에 진보 네티즌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오늘의유머 등 진보 커뮤니티에는 “당신들이 뭔데 공권력을 창출하나. 서북청년단이 활개 치는 건 독일에서 나치당원이, 중국에서 홍위병이 다시 설친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폭행, 협박 예고 아닌가요? 자유민주국가에서 저 따위 테러리스트 같은 소리를 하다니”라며 발끈하고 있습니다.
한다면 한다는데 걱정됩니다. 폭력사태가 벌어질까 걱정되기도 하고 또다시 애꿎은 갈등이 불거져 우리 국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되고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