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14] 꼬박 2주간 무득점… ‘실종’ 손흥민 지금 어디에?

입력 2015-01-22 11:10
손흥민과 김진수 / 국민일보 DB

손흥민(23·레버쿠젠)은 지금까지 무득점이다. 2015 호주아시안컵 개막일로부터 꼬박 2주일이 흘렀지만 손흥민은 ‘골 러시’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호주 폭스스포츠의 ‘대회를 빛낼 스타플레이어 10명’,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주목할 선수 5명’ 등에서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던 손흥민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강하게 남긴 인상도 없었다.

소속팀이 있는 독일의 겨울 한파에서 남반구 호주의 한여름 무더위로 갑자기 바뀐 계절 탓이었다. 손흥민은 감기에 시달렸다.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과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공격수 구자철(26·마인츠) 등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같은 이유로 신음했지만 손흥민을 병상에 눕힌 감기는 유난히 야속했다. 우리나라의 골 결정력 부족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 A조를 1위로 통과했지만 세 경기 모두 1대 0으로 이겼다. ‘진땀 승’의 반복이었다.

손흥민이 침묵하는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본선 진출 16개국 선수들은 조별리그 24경기에서 61골을 넣었다.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29·AC 밀란), 중국의 순케(26·장수 세인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리 마브코트(25·알 자지라) 등 경쟁자들은 벌써 3골씩 넣고 앞서나갔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요르단의 미드필더 함자 알다르도르(24·알 칼리즈)는 가장 많은 4골을 넣었다. 모두 제몫을 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이제 일어섰다. 22일 오후 4시30분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다. 쿠웨이트와의 2차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경기에서도 전반전부터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이번에는 의지가 남다르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출전 시간을 관리하며 아꼈던 손흥민을 과감하게 앞세웠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으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을 투입하면 좋은 장면들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란 듯이 손흥민과 기자회견장으로 동행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옆에 앉은 손흥민은 감기에서 회복한 모습이었다.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무득점을 의식한 듯 “100골이든 10골이든 중요한 것은 승리다. 골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말했지만 “놀러 오지 않았다.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호언하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8강 토너먼트부터는 본격적인 우승경쟁이 벌어진다. 8강 진출국이 모두 우승후보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대결한 오만, 쿠웨이트 등 상대적 약체들과 다르게 언제든 우리나라의 골문을 열 수 있다. 모든 경기를 1대 0으로 이긴 ‘늪 축구’도 토너먼트에선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골이 필요하다. 손흥민의 골 감각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