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도와 어부 생활을 하던 캐나다 버나비 출신의 남자는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지역 클럽과 호텔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가수의 꿈을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 기회는 우연한 기회에 왔다. 한 행사장에서 당시 총리였던 브라이언 멀로니의 보좌관이 그의 노래를 듣고는 이 남자의 인디시절 음반을 구입해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총리의 딸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 결혼식 현장에는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을 키워낸 명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가 있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이 남자는 ‘스탠더드 팝 재즈’의 대명사가 됐다. ‘21세기 최고의 보컬리스타’라 불리는 마이클 부블레(40) 이야기다. 다음 달 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21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블레는 데이빗 포스터를 만나 2003년 스탠더드 팝을 리메이크한 데뷔 앨범 ‘마이클 부블레’를 내놓자마자 프랭크 시나트라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라는 극찬과 함께 큰 사랑을 받았다. 자국인 캐나다는 물론 미국과 영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 성공을 거뒀다. 2집 ‘잇츠 타임(lt's Time)’도 전작을 뛰어 넘는 인기를 누렸다. 2011년에 발매된 캐롤 앨범 ‘크리스마스’는 매년 12월 전 세계 음반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노래가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부르는 모든 노래들은 제가 겪은 것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저는 노래를 하면서 제가 일종의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감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가장 정직하게 제 마음을 담으려고 하죠.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제가 경험했던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곡에서 저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2008년,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정통 팝 보컬 앨범(Best Traditional Pop Vocal Album)’ 상을 네 차례나 받았다. 평단은 ‘고전과 현대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이 시대 최고의 팝 재즈 보컬리스트’, ‘그래미의 왕자’라는 듣기에도 벅찬 수식어를 붙였다.
특히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김연아의 갈라쇼나 TV프로그램 삽입곡으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김연아는 2013년 캐나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갈라쇼의 배경음악으로 ‘올 오브 미(All of Me)’를 사용했다. ‘홈(Home)’은 TV프로그램과 광고 삽입곡으로 쓰였다. ‘콴도, 콴도, 콴도(Quando, Quando, Quando)’, ‘에브리띵(Everything)’ 등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였다.
“김연아 선수도 잘 알고 제 노래를 갈라쇼에 썼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제 노래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어요. 한 아티스트로서 다른 분야에 있는 아티스트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부블레는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공연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밝힌 이번 공연 무대의 키워드는 ‘한 층 더 높게(Elevation)’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들보다 더 크고, 더 인상 깊고, 더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애정을 투자하고 있어요. 가수로서, 엔터테이너로서, 스토리텔러로써 성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 예산도 150만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600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어요.”
공연장에 오는 팬들에게 바라는 점도 전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몇 시간만큼은 공연장 바깥의 진짜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공연에 열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매일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초대하는 파티의 호스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매일 다르고 매일 특별하죠. 나와 같은 마음을 느껴주길 바래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국팬들이 어떤 닉네임으로 불러주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확고한 자기 철학을 담아 이야기했다.
“‘21세기 최고의 보컬리스트’ 등의 닉네임은 저에겐 값진 칭찬이에요. 하지만 수식어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어요. 수십 년의 시간을 넘어서 지금까지 불려오는 노래들은 그 노래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이 세상에 ‘마이클 부블레’의 목소리를 새기고 싶어요. 그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음악을 통해 남기고 싶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마이클 부블레’의 목소리를 새기고 싶어 한국서 공연합니다”
입력 2015-01-22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