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일본 인질 2명의 몸값으로 2억 달러(2168억 원)를 요구한 가운데 그동안 IS에 억류됐던 인질들의 운명은 대체로 몸값 지불 여부에 따라 생사가 엇갈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IS가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처음으로 참수한 이래 같은 감옥에 억류됐던 외국인 인질 23명의 운명을 추적해 20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폴리가 붙잡힌 지난 2012년 11월 이후부터 약 2년 동안 거액의 몸값을 낸 유럽계 인질 대다수는 풀려났지만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며 몸값 지불을 거부해 온 미국과 영국 출신 인질들은 처형되거나 계속 억류됐다. 영국인 또는 미국인 인질 7명(미국 4명, 영국 3명) 중 5명이 처형됐으며 2명은 아직 붙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개국 출신 16명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페루 구호요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럽 출신이다. 프랑스(4명), 스페인(3명), 덴마크(2명), 독일(1명), 스위스(1명), 스웨덴(1명), 벨기에(1명), 이탈리아(1명), 러시아(1명) 등 유럽 인질 가운데 지난해 3월 예외적으로 처형된 러시아 엔지니어 이외에는 모두 지난해 초 몸값을 내고 풀려났다.
직군별로는 언론인(11명)과 구호요원(10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이 인질로 붙잡히거나 납치된 곳은 주로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와 서부 지역으로 파악됐다.
NYT는 유럽이 지닌 오랜 몸값 지불의 역사에 주목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가이자 황제인 율리우스 시저 조차 한때 해적들에게 인질로 붙잡혀 몸값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다. 이는 현대의 유럽 정부들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NYT는 설명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조직들에 지불된 몸값(2014년 달러 기준)을 국별로 분석하면 프랑스 5810만 달러, 스위스 1240만 달러, 스페인 1100만 달러 등이다. NYT는 알카에다 등이 몸값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최소 1억2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국가들은 대리인 네트워크를 통하거나 개발 원조 형태로 위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몸값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테러단체에 몸값을 내는 것은 해외에 있는 모든 미국인을 납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며 몸값 지불 금지 정책을 고수한 바 있다. 일본 정부 역시 21일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몸값과 인질 구출에 관해서는 답변을 아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영·미 인질 참수, 유럽은 석방… IS 인질 23명 생사, 몸값서 갈렸다
입력 2015-01-21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