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금융권 현재는 고사 위기, IMF는 급사 위기"

입력 2015-01-21 17:19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금융권의 상황을 IMF 사태와 비교했다. 수익성 악화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하 회장은 2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금융연구원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2007년 15%정도였던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3년 2∼3%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들이 급사 위기였다면 저수익 기조가 계속되는 현재는 금융권의 고사 위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융합)를 강조했다. 하 회장은 "핀테크는 금융권에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도전이자 기회"라며 "핀테크가 도입됐을 때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시장을 넓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은행이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프론티어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글로벌 전자결제 네트워크사 비자(VISA)가 큰 경계심을 가졌으나 현재는 윈-윈하는 시너지 형태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핵심역량과 차별화에 맞춰져 있으면 외화자금 조달비용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모범사례로 현대캐피탈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 회장은 "금융사들이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잘해도 해외진출은 거의 기업금융으로 한다"면서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와의 전속금융(캡티브 파이낸싱)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보다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등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 인력이 아닌 해외 현지의 우수한 사람을 뽑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 회장은 "민간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이 된 의미 자체가 과거 한 방향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가야 한다는 회원사들과 금융당국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하 회장을 비롯해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이장영 금융연수원장, 김익주 국제금융센터원장이 참석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현재 물가상승률을 1.5%로 보면 실질금리가 제로(0)가 된 셈"이라며 "한국이 3%대 경제성장률과 800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1.75%로 내린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나아지겠냐"고 말했다.

윤 원장은 "통화정책은 끝물에 다다랐다고 본다"며 "(이 상황에서) 구조개혁에 나서는 게 중요하지 일률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