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5년 신년 국정연설의 핵심어는 ‘중산층 경제(the middle class economics)’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의 3분의 2 이상을 국내 현안에 할애했고, 그 중 대부분을 ‘중산층 살리기’에 집중했다. 대외 부문에서는 테러와 사이버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회 통과 난망···‘2016년 대선용’ 분석도=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위기는 지나갔다. 연방의 상태는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위기 극복에 자신의 지도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그동안 경제회복의 ‘온기’에서 소외돼 온 중산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생활고를 ‘미완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빈부격차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야당인 공화당도 인정하고 있다. 공화당도 정체된 임금과 실질소득 증가 둔화를 우선적으로 타개해야 할 경제 의제로 여긴다. 하지만 공감대는 여기까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세법 개정방안은 최고 부유층과 대형은행 등에 대한 증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중산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부자 증세를 통한 중산층 지원’안이다. 이는 민주당이 수년 전부터 주장해 온 경제 해법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증세 자체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화당 내 세제 전문가인 오린 해치(유타)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부자 증세’ 정책에 대해 “계급투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치 위원장이 공화당 내에서는 그나마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화당과의 타협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현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논평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증세 구상이 현실성 있는 정책 대안이라기보다는 2016년 대선 때 민주당의 정강(政綱)으로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말 업적 쌓기와 2016년 대선 승리 발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겨냥한 ‘절묘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안보 ‘더 현명한 리더십’ 강조=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총체적 실패’라고 비판받아 온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의 일방주의적 군사개입이 아니라 군사력과 강한 외교력, 다자개입에 기반한 ‘더 현명한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쿠바와 53년 만의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 선언,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인 13년의 아프가니스탄전쟁 종언, 이란과의 핵 협상,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 등도 이 같은 외교원칙의 성과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관련해선 “중동에서 다른 전쟁에 발을 담그는 대신 테러 집단을 분쇄하는 데 아랍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테러위협과 관련해선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해 그들의 네트워크를 해체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소니 해킹’으로 촉발된 사이버 공격에 대해선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보를 통합할 것”이라며 의회에 사이버 공격 위협을 피하고 신분(ID) 도용 등에 맞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미 정부가 소니 해킹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북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오바마 신년 국정연설] 시간 3분의2 국내 현안에 할애… 중산층 살리기 집중
입력 2015-01-21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