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쿠데타 시도로 긴장도 높아지는 아라비아 반도

입력 2015-01-21 17:36
AFPBBNews=News1

중동에서 미국의 우방 역할을 해온 예멘이 쿠데타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차질은 물론, 아라비아반도 전체 정세도 불안정해질 전망이다.

AP통신은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일(현지시간) 수도 사나에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대통령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하디 대통령은 아직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는 지난해 9월 사나를 무력으로 장악한 뒤 정치적 실권을 행사해왔다. 초기엔 하디 대통령에 협조적이었으나 정부가 예멘을 6개 자치지역으로 나눠 연방제를 구성하는 내용의 새 헌법 초안을 만들자 이에 강력 반발해왔다. 예멘 북부가 근거지인 후티는 자원이 풍부한 중부와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연방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후티는 하디 대통령을 하야시킬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하디 대통령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예멘은 ‘아랍의 봄’ 여파로 2012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를 축출했다. 하지만 후임인 하디가 살레 정권 부통령 출신인데다 개혁에도 실패하면서 혼란이 가중돼왔다. 다만 하디 정권은 예멘 남부의 수니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적극 견제해왔고,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공습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AQAP는 최근 프랑스 파리 잡지사 테러 배후단체다.

하지만 향후 쿠데타로 정국이 혼란해지면 AQAP가 득세할 수 있고, 테러와의 전쟁에도 기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시아파인 후티가 정권을 잡으면 국경을 마주한 수니파 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이 예상돼 아라비아반도 전체에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