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초가 되는 종목이지만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선 36년 만의 ‘노 골드’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미녀 스프린터 김민지(20·제주도청·사진)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떨치고 육상 선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한 겨울에도 강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김민지는 연습 벌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청춘의 피가 흐를 법 했지만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나이의 청춘들이 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활, 연예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한 겨울이 됐지만 일요일에 교회 가는 것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6시간 이상 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물어봤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은 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오전 훈련을 한다. 점심을 겸해 오후 4시까지 쉰 다음 3시간의 오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저녁을 먹고 하루 일지를 작성한 후 11시 전에는 취침에 들어간다. 김민지는 “남자나 연예인에도 관심이 없다. 무조건 운동이 1순위”라고 했다.
김민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그는 “뛸 때 바람이 얼굴이 닿으면 기분이 매우 좋다”면서 “다른 종목과 달리 육상은 자신과의 싸움인데다 공정해서 좋다”고 설명했다.
비인기 종목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라고 했다. 김민지는 “부모님께 올림픽 메달을 반드시 따겠다고 맹세하고 운동 허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반대가 매우 심했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 부모님이 없는 살림에도 극진히 자신을 챙겨주신다고 한다. 김민지는 “어머니가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데 나를 뒷바라지 한다고 못할 때가 많다”면서 “부모님을 위해 운동 잘해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엄청난 연습량 때문인지 김민지의 기량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이준 한국육상 여자단거리 대표팀 감독은 “단 한번도 기록이 침체되지 않았다”면서 “2011년 햄스트링 부상이 왔고, 2012년에는 피로골절이 와서 고생했는데도 빨리 부상을 떨쳤다. 훈련을 하면서 전혀 게으름이 없다”고 칭찬했다.
김민지는 국가대표팀에서 100·200m와 400m 계주를 뛰고 있다. 이 중 200m가 주력 종목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비록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200m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23초77)을 세웠다. 한국신기록(23초69)과 불과 0.08초 차이에 불과하다.
이에 김민지의 목표는 오는 8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고, 최종적으로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김민지는 “시합을 하면 관중이 부모님과 코칭스태프 뿐”이라며 “열심히 뛸 테니 육상도 인기 종목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성남=글 모규엽 기자, 사진 서영희 기자 hirte@kmib.co.kr
[스타예감⑤] ‘미녀 스프린터’ 김민지 “육상은 자신과 싸움인데다 공정해서 좋다”
입력 2015-01-21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