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응급 혈류역방향 대동맥 박리도 수술보다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

입력 2015-01-21 16:38

초응급 수술이 필요한 대동맥 박리도 상황에 따라선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송재관 교수와 흉부외과 주석중, 김준범(사진 왼쪽부터) 교수 연구팀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대동맥박리 환자 중 피가 도는 방향 반대쪽(혈류 역방향)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49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에선 수술보다 약물치료가 더 장기생존에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혈류역방향 대동맥박리 환자 중 특정 조건을 충족시킨 16명을 선별, 약물치료만 시행한 결과 100% 5년간 생존한 반면, 같은 기간 수술을 받은 환자(33명)들은 5년 생존율이 약 81.2%수준에 그쳤다.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의 공식 학술지 ‘써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동맥 박리는 심장과 연결돼 우리 몸 곳곳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내벽이 찢어져, 혈액이 원래 흘러야하는 통로(대동맥 진강)가 아닌 내막과 중막 사이의 분리된 새로운 공간(가성 내강)에도 피가 흐르는 병이다. 대동맥의 장축을 따라 대동맥 벽이 갈라지는 등 파열 직전의 매우 위험한 현상을 보인다.

그동안 이 병에 대한 치료지침은 대동맥 박리가 일어난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 대동맥 궁을 기준으로 심장과 가까운 부분인 상행대동맥 박리는 수술을, 복부 쪽으로 뻗은 하행대동맥 박리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역방향 대동맥박리는 마땅한 지침이 없었다. 이는 송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가 역방향 대동맥박리의 새로운 치료지침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팡이모양으로 생긴 상부 대동맥은 혈액이 궁을 지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대동맥박리 역시 혈류와 같은 방향으로 찢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주 드물게 역방향으로 대동맥박리가 진행되기도 한다.

송 교수팀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대동맥박리 발병 당시 혈류가 안정적이며, 상행대동맥의 분리된 내강이 혈전으로 차 있고, 심장과 가까운 상행대동맥의 직경이 5.5㎝ 미만일ㄹ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 권장된다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