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는 13세 인도계 소년이 저가형 점자 프린터를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 사는 8학년(중학교 2학년) 슈브함 바네르제는 지난해에 ‘브레이고 랩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점자를 가리키는 ‘브레이유’와 블록조립 장난감인 ‘레고’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회사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프린터를 개발하는 곳이다.
소년이 이 회사를 창업하게 된 것은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읽을까?”라는 소박한 물음에서 시작됐다고 가족들은 말한다. 인터넷을 하다가 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점자를 인쇄하는 ‘브레이유 프린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프린터가 잉크로 글씨를 새기는 것과 달리 점자 프린터는 볼록하게 솟은 동그란 점을 종이에 때려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점자 프린터가 무겁고 비싸다는 점이다. 가격은 2000달러(약 220만원) 이상으로 매우 비싸고 무게도 9kg 이상으로 무겁다. 슈브함은 싸고 가벼운 점자 프린터를 개발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레고의 로봇 제작용 키트인 ‘마인드스톰 EV3’를 이용해 훨씬 싼 비용으로 제작한 점자 프린터를 학교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슈브함이 세운 이 회사의 초기 자본금은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아버지 닐로이 바네르제가 내놓은 3만5000달러(약 3800만원)에서 나왔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 돈으로 새 모델인 ‘브레이고 2.0’을 만들었으며 이를 본 인텔의 벤처 투자 담당 임직원들이 브레이고 랩스에 투자를 했다. 인텔 관계자들은 슈브함에 대해 “지금까지 벤처 투자를 받은 창업가 중 가장 젊은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인벤터 플랫폼스 부문 책임자 에드워드 로스도 “슈브함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이미 존재하는 산업을 뒤집어 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슈브함은 현재 가격이 350달러(약 38만원) 미만, 무게는 5kg 미만인 데스크톱용 점자 프린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세운 브레이고 랩스는 확보한 사업 자금으로 엔지니어들과 기술고문들을 이미 고용했으며, 올해 여름에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토록 해 연내에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슈브함의 어머니인 말리니 바네르제가 맡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실리콘밸리서 인도계 13세 소년 창업 화제… 인텔도 투자
입력 2015-01-21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