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속에 침투한 뒤 자유롭게 움직이는 희귀 기생충인 ‘스피로메트라 촌충’의 발원지로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가 지목됐다.
미국 CNN 방송은 “스피로메트라 촌충(Spirometra Erinaceieuropaei)이 영·미 등 서구권에서 장차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생충은 ‘스피로메트라’라는 기생충 종에 속하는 촌충으로 뇌에 침투할 경우 발작과 기억상실,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스파르가눔증의 원인이 된다. 또 체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조직손상, 실명, 마비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스피로메트라 촌충의 성체는 개와 고양이의 창자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촌충의 알이 든 동물의 배설물이 물을 오염시킬 경우 물을 통해 개구리, 뱀 등 양서류·파충류·갑각류로 감염된다. 이처럼 감염된 동물을 인간이 먹을 경우 인체에 침입하게 된다.
스피로메트라 촌충은 1953년 이래 전 세계에서 300건 정도가 보고된 희귀 촌충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뇌에 1㎝ 길이의 스피로메트라 촌충에 감염된 환자가 제거 수술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 스피로메트라 촌충은 4년 전 최초 발견 지점에서 5㎝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기생충을 박멸하는 약물치료를 시도했지만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 CNN은 애초에 희귀한 질병이기 때문에 맞춤형 약물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의료진은 결국 환자의 뇌에서 촌충을 직접 제거하는 동시에 뇌신경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을 진행해 성공했다.
CNN은 특히 제거 수술에 성공한 이 중국계 환자가 발병 전 중국을 방문했었다는 점에 주목해 “중국과 한국, 일본, 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스피로메트라 발생이 더 일반적인 발원지”라고 지목했다. 해당 지역을 여행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며 “식품 무역의 증가와 함께 여행 없이 음식만으로 감염되는 환자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희귀 촌충 ‘스피로메트라’ 당신의 뇌를 노린다
입력 2015-01-21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