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실패 잊었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 오바마 TPP 구상에 반대

입력 2015-01-21 14:3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위한 신속협상권(TPA) 부여를 의회에 요청한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패’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TPP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무역 현안의 시급성을 집중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미국이 이를 견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신속한 무역 협상 권한,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불리는 TPA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TPA는 행정부가 외국과 타결한 무역 협상에 대한 의회의 수정을 막고 승인 또는 거부만 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말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집안단속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TPA 위임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지만 농업과 철강, 자동차 산업 중심지를 기반으로 한 상당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연설에 앞서 전화 기자회견을 열어 TPP 체결과 TPA 권한 부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 그 이유로 일제히 한·미 FTA를 지목했다.

로사 들로로(코네티컷) 의원은 “중산층을 살리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 찬성하지만, TPP는 미국의 일자리와 근로자 소득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한 만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실패한 무역협정 모델을 재추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TPP는 2년 전 발효돼 대(對) 한국 무역 적자를 50%나 증가시키고 일자리 6만 개를 없앤 한·미 FTA와 빼닮았다”고 주장했다.

루번 갤러고(애리조나) 의원도 “중산층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TPP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한·미 FTA라는 사례가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니얼 리핀스키(일리노이) 의원도 “FTA 이행 과정에서 한국의 석유 시장 접근 제한과 환율 조작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