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③누가 이 아이를 죽였나

입력 2015-01-21 15:54

엄마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지난 15일 오후 5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샤오산구 시장 앞에서 한 여성이 짓이겨져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부여잡고 울고 있습니다. 유모(27)씨 부부는 트럭에 실은 귤과 사탕수수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입니다. 청관(城官)으로 불리는 단속요원들의 단속이 시작되자 아버지 유씨는 급히 도망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습니다. 네살 아들이 트럭 뒤에서 놀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차는 후진했고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오후 6시쯤 도착해 아들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들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오후 7시쯤 항저우시 청관관리국은 통보문을 발표합니다. “오늘 오후 4시5분쯤 전병과 과일 노점을 단속하고 있었다. 전병 노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서 허난성에 적을 두고 있는 차주가 차롤 몰고 떠나려 할 때 4세 아들이 차 밑에서 놀고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본인 차에 의해 아이가 깔려서 사망했다. 비도로 교통 사망사고로 분류했다.”

엄청난 비극에 대해 참으로 무정(無情)한 발표문입니다. 항저우시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노점삼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청관과 교통경찰, 파출소가 합동으로 도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청관의 횡포와 시민들의 분노

중국의 노점상들에게 청관은 저승사자와 같습니다. 단속에 걸리면 팔던 물건을 뺏기고 폭행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지난해 4월 저장성 창난현 링시진에서는 폭력적인 단속에 분노한 시민 1000여명이 청관들을 둘러싸고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 청관들과 한 노점상의 사소한 충돌이 발단이었습니다. 청관들은 거리에서 가스레인지 등을 팔고 있던 노점상에게 물건을 치우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노점상은 통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청관들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마침 부근을 지나던 시민이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촬영하자 청관들이 이 시민을 폭행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청관이 사람을 때려죽였다”는, 좀 과장된 글이 퍼져 나가자 성난 시민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번엔 청관들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폭행이 벌어지면서 청관 5명 중 2명은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소 청관들의 무자비한 단속에 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사실 청관은 정식 공무원도, 경찰도 아닙니다. 행정기관의 위임을 받아 법 집행을 대리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산시성 퉁촨시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단속에 나선 청관들이 노점상 청 모씨의 동작이 굼뜨다는 이유로 시내에서 20㎞가량 떨어진 야산에 버리고 가버렸습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외딴 곳에 버려진 청씨는 억울한 생각에 지역 TV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해 청관들의 무차별 구타 행위에 저항하다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한 노점상에 대한 동정 여론이 들끓었던 적도 있습니다. 가난한 30대 노점상인 샤쥔펑은 2009년 5월 랴오닝성 선양의 한 거리에서 소시지를 구워 팔다 청관들에게 붙잡혀 사무실로 끌려가 집단 구타를 당했습니다. 참다 못한 샤쥔펑은 결국 흉기를 휘둘렀고 청관 2명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체포된 샤쥔펑은 사형을 선고받고 2013년 10월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청관 10여 명의 집단 폭행에 맞선 정당방어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형 집행 후 청관들에게 자릿세를 내지 않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인권운동가 후자, 장쿤 등을 비롯해 1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고 온라인에는 청관의 폭력과 부패에 저항한 정당행위로 지적하는 추모 글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청관의 횡포, 그리고 억울한 죽음. 중국의 비극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