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준 개인정보 내역 비공개한 이통사… “위자료 지급”

입력 2015-01-20 21:29
수사기관에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서 그 내역을 당사자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던 이동통신사들이 위자료를 지급하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임모씨 등 3명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처럼 ‘수사기관에 제공된 개인정보 내역을 이동통신사들이 임씨 등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사의 밀행성보다 본인의 개인정보 처리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나 뒤늦게 공개한 이통사들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공개 청구를 거부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앞서 1심은 해당 정보들은 신원 확인 수준에 그치는 점, 통신사들이 수사기관에 위법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판결에 의하면 이통사들은 개인정보 제공 내역을 청구한 당사자에게 내역 제공을 미루거나, 제공하지 않을 경우 위자료를 줘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내역을 밝히지 않았던 SK텔레콤은 원고 2명에게 각각 30만원씩, 소송 도중 뒤늦게 내역을 밝힌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명과 2명에게 2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통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ID 등 개인정보를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임의로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영장 없이 재량으로 정보들을 넘겨줄 수 있다. 해당 정보들은 주로 수사대상을 특정할 목적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용자에게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절차는 없다. 수사기관은 개인정보 제공 현황을 공개할 경우 수사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개인정보 제공 현황 공개 뿐 아니라 공개 거부에 대한 위자료 책임까지 인정한 판결”이라며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남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