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생활밀착형 민생 이슈가 점령한 신년 정국

입력 2015-01-20 16:50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안전 문제 등 생활밀착형 민생 이슈가 신년 정국을 점령했다. 여야의 단골 정쟁꺼리였던 정치 관련 의혹 사건이나 이념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 연말 정국을 강타했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조차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민생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생활밀착형 이슈가 정국 전면에 등장한 이유로 꼽았다. 여야가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당청 갈등, 계파 싸움, 여야 힘겨루기 등에 몰두하면서 민생을 등한시하자 그 불만이 그대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연말정산과 관련해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증세를 꼼수로 하려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부랴부랴 뒷북대책을 만들어 내느라 분주하다.

◇민생 문제에 눈감고 있다가 국민적 분노 자초=‘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문제에 불만을 토로하는 층은 ‘유리지갑’인 샐러리맨들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샐러리맨이 봉이냐”는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어린이집 안전 문제에 대해선 30∼40대 주부층이 가장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안전 문제와 관련해선 전 국민이 당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민생과 직결된 문제다. 손자·손녀를 둔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어린이집 유아 폭행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주부들도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로 인해 얇아질 남편의 월급 봉투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특히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문제는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이슈다. 자신이 불이익을 직접 당하다 보니, 분노 지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문제인 국가정보원 정치 댓글 의혹이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국민의 삶과는 관계없는 일로 티격태격하다가 이 같은 문제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센터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민생에는 소홀하고 딴 곳에만 정신을 팔다보니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 마련에 호들갑 떨지만…민생에 대한 근본적 관심 필요=정치권은 뒤늦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부산하다. 하루 밤이 지나면 새로운 대책 하나를 똑딱 만들어낸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드물다. 여야 모두 팔을 걷어 부치고 연말정산이나 어린이집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올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이 ‘선거용 민생’과 국민적 분노를 잠시 잠재우기 위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을 이번에도 시도했다가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 방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데, 자기 방어에 급급하는 아마추어 같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만 강변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