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33)씨는 2013년 10월 경기도 수원의 CGV영화관에서 점장 윤모(31·여)씨에게 “영화가 재미없다”며 난동을 부렸다. 그는 “포인트카드를 만들라는 권유를 받지 못해 적립 포인트가 없다. 보상으로 영화티켓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윤씨가 거절하자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X 같은 X. 회사를 날려버리겠다. 실업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했다. 정씨가 모니터까지 집어 던지려 하자 영화관 측은 영화티켓 2장을 무상으로 줬다. 영화관 업무는 2시간 동안 차질을 빚었다.
‘블랙컨슈머(악성고객)’ 정씨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어섰다. 그는 지난 2월 수원의 한 중국집에서 “전날 먹은 짬뽕 때문에 배탈이 났다”며 탕수육 한 그릇을 공짜로 얻어냈다. 며칠 뒤엔 전화로 “아직도 배가 아파 병원에 다닌다. 보험 처리를 해 주지 않으면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식당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보험 처리를 했고, 정씨는 보험금 55만원을 받았다.
정씨는 지난 10월엔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 사무실에 찾아가 “햄버거를 먹고 장염에 걸렸다. 병원비를 보상하라”며 고함을 쳤다. 본사 직원은 보험 처리를 해줬고, 정씨는 보험금 40만원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정씨가 5차례 받은 보험금 등만 255만원이나 됐다. 구입한 의류가 불량이라며 옷값(18만원)을 환불받았는데, 돈을 받지 못한 것처럼 속여서 다시 받아낸 혐의(사기)도 있다.
결국 정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업무방해, 공갈죄 등이 적용됐다. 정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대부분과 합의했고 반성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임정택 판사는 정씨에게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임 판사는 “수차례 영업주들을 협박하고 업무를 방해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영화 재미없다” 영화관서 행패부린 진상 블랙컨슈머에 징역 10월 실형
입력 2015-01-20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