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택배 시장 진출 놓고 기존 택배업계와 갈등 깊어져

입력 2015-01-20 15:04
택배업계와 농협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이 택배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기존 택배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등 국내 주요 택배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물류협회는 “자산규모 290조원, 4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공룡 농협이 단가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농협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인 택배시장 진출은 모두를 공멸케 하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민간택배업체들은 일반법의 적용을 받지만,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세제감면, 규제 예외적용 혜택 등을 통해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지난 2000년 우체국의 택배시장 진출로 민간업체들이 상당수 도산했고, 택배단가가 반토막난 경험도 택배업계를 자극하고 있다.

농협은 택배시장 진출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2007년에는 대한통운, 2010년에는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검토가 본격화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단계로 오는 4~5월쯤 결론이 내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은 주로 농산물 배송을 시장 진출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홈쇼핑, 인터넷 판매 활성화 등 농축산물의 유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농협이 나서 농산물 수송체계를 갖추겠다는 논리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2년 신경 분리(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 분리)를 단행한데 따른 조치로 경제 부문 사업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장 진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택배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농협의 시장 진출이 택배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택배 시장 물량은 16억개(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3년에는 15억개(3조7000억원)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 홈쇼핑·해외직구 등이 활성화되면서 외형적 성장을 해왔지만, 시장 환경은 열악해졌다는 게 택배업계의 주장이다. 2000년대 초반 택배 1개당 평균 단가는 4700원 정도였으나, 2005년 3000원대가 붕괴됐고, 지난해는 2400원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한계가 2200원선인데 농협이 시장에 들어올 경우 이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