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용의자가 쓴 ‘관타나모 일기’ 출간한다…“고문 능숙해 어떤 증거도 안 남아”

입력 2015-01-19 18:02
쿠바 관타나모의 미국 해군기지에서 13년을 보낸 테러 용의자가 미국에 의해 고문당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2년부터 관타나모에 수감 중인 모하메두 울드 슬라이(44)가 ‘관타나모 일기(Guantanamo Diary)’를 20일 출간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슬라이는 기밀로 분류된 이 일기를 출간하기 위해 6년 간의 법정 투쟁을 거쳤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199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다가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고, 이후 옛소련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권에 맞서 싸웠다. 그는 1992년 알카에다를 탈퇴했으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터지자 2년 전의 로스앤젤레스 폭탄테러 미수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슬라이를 체포했다. 그리고 모리타니·요르단·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심문을 거쳐 관타나모로 보냈다.

슬라이는 “그들의 고문은 너무나 능숙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 완전범죄에 가까웠다. 일부러 에어컨을 틀어 춥게 만든 심문실에 12시간 이상 가뒀다가 얼음처럼 찬 물을 온몸에 끼얹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심문관들은 고문의 증거가 남지 않도록 교묘하게 특정 부위만 가격하고, 그의 가족과 종교까지 모욕했다. 가족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슬라이는 고문에 지쳐 “진술 내용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당신들이 만족한다면 나는 사실이건 거짓이건 상관없다. 원한다면 뭐든지 내놓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슬라이의 변호사 낸시 올랜더는 “슬라이는 어떤 범죄에도 연루되지 않았다”면서 “심문관들이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슬라이의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