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광시장족 자치구 이타이이타이병 피해 50년 넘게 ‘쉬쉬’

입력 2015-01-19 20:13
중국 광시장족 자치구 다신현 산허촌.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이곳에서 1954년 중국 국영기업이 납과 아연을 채굴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다.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나온 오염수와 폐기물이 농업용수로 흘러들었다. 60년대부터 논은 적갈색으로 변했고, 모종을 심어도 얼마 되지 않아 말라버렸다. 논에만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뼈가 변형되고 신장 질환을 앓는 사람도 늘어갔다. 1910년대 일본 도야마현에서 발생했던 ‘이타이이타이병’의 증세였다. 아연을 제련할 때 광석에 포함돼 있던 카드뮴이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된 것이 원인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농사와 건강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1980년대 이후 지역 당국이 몇 차례 건강 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히려 “소동을 일으키면 경찰이 올 것”이라는 협박만 받았다.

교도통신은 산허촌 카드뮴 오염 사실이 반세기 이상 당국에 의해 은폐돼 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직접 조사 결과, 800여명 가운데 80% 가량이 등뼈의 통증 등 신체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뼈가 변형돼 무릎과 팔꿈치가 불룩해지는 등 통상 이타이이타이병에서는 보이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확인됐다. 1999년 마을 주민 200여명이 국영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기록에서도 카드뮴 오염 사실이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당시 소송을 처리한 난닝시 중급인민법원(지방법원에 해당)이 토양 조사를 통해 국가 기준을 상회하는 카드뮴과 아연, 수은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도 지난해 11월 산허촌의 카드뮴 오염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마을 주민 530명의 소변 검사를 한 결과, “카드뮴 오염이 초래하는 만성적인 건강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