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까지 사들여 양적완화(QE)를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본은행(BOJ)처럼 ‘유동성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동성의 덫’이란 미국 대공황을 경험했던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만든 표현으로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경제 주체가 경기를 낙관하지 못해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고, 은행도 돈 떼일 것을 우려해 대출을 삼가면서 상황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도쿄 소재 미즈호 자산운용의 이토 유스케 선임 펀드 매니저는 “일본은 유동성 함정에 걸렸다”면서 “(ECB가 QE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장에 많은 자금이 풀려도 은행이 쉽게 대출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양적완화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즈호 자산운용도 이 때문에 평소 투자 기준과는 다르게 유럽 채권 투자 때 단기 매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4일에도 인플레 목표치가 달성될 때까지 QE를 유지할 것임을 거듭 다짐했지만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본은행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는 0.7% 내외에 머물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인플레 목표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지난해 10월 한 달에 사들이는 채권 규모를 사상 최대인 12조엔(109조9480억원)으로 확대했음을 상기시켰다. 이처럼 유동성 투입을 대폭 확대했지만, 일본 시중은행의 대출은 지난해 11월 연율로 2.8% 증가하는데 그쳐 2008년 기록인 4.1%에 크게 못 미쳤다.
BNP파리바의 도쿄 소재 나카무라 나루키 채권 투자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구로다가 인플레 기대감을 높이려고 애쓰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면서 “절대로 마술처럼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ECB의 드라기 총재도 구로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유럽중앙은행도 일본처럼 ‘유동성의 덫’에 빠질 것” 가능성 우려 제기
입력 2015-01-19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