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 이후 유럽의 유대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각국 정부의 호소에도 시민들 사이에서 반유대주의 정서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유대인 학교·식료품점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외출을 꺼리는 유대인들이 늘어날 만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유대인의 숫자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 영국 히브리연합 최고 랍비(유대교 지도자) 조나단 색스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영국에서 유대인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은 내가 평생 느껴본 것 중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가 벌인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에서는 유대인 4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벨기에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던 프랑스 출신 테러범 메디 네무슈가 총기를 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 45%가 최소 한 번 이상 반유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은 잇단 테러 이후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군인들을 유대인 밀집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유대주의 정서의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한 반감과 반이민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극우 정당의 득세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이민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무슬림이나 유대인 이민자와 복지혜택 등을 나눠야 하는 것이 불만스럽기 때문이다.
유럽을 떠나는 유대인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올해 프랑스를 떠나는 유대인 수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은 7086명으로 2013년 3300명의 두 배가량이었다.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색스는 “파리 테러 이후 영국 유대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교회당에 있을 때나 상점에 갈 때 보호받을 수 있느냐’고 내게 묻는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영국 유대인대표위원회 주최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유대인이 없다면 영국은 영국이 아니다”면서 “무슬림, 시크교도, 기독교도를 비롯한 다른 종교인들이 없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유엔총회는 22일 반유대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비공식 회의를 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유럽 곳곳 반유대주의 확산…경찰 치안 강화에도 유대인들 위기감 커져
입력 2015-01-19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