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의 A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에 참가한 200여명 학부모와 아이들이 강당에 들어섰다. 학교 주변의 아파트 4곳 이름이 적힌 팻말 뒤에 교사 4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직 반 배정 전이라 편의상 살고 있는 아파트로 학생을 분류한 것이다. 최근 3년간 A초등학교는 신입생 예비소집 때마다 ‘아파트 분류’ 방식을 써왔다. 동사무소에서 각 가정에 취학통지서를 보낼 때 이 방식이 가장 빠르고 쉽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오후 안동교육지원청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자신을 A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라 밝힌 여성은 “아이들이 입학하기도 전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고 따졌다. 이후 “학교 교육만큼은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슷한 항의전화가 10통 넘게 이어졌다. 왜 ‘고급 아파트 아이’와 ‘임대아파트 아이’로 구분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 교장 B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년간 아파트별로 학생을 나눠 예비소집을 했는데 이런 항의는 처음”이라며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 동네에 C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다. A초등학교 주변엔 임대아파트 2곳과 C아파트를 포함한 일반아파트 2곳이 있다. 부동산업소에 따르면 C아파트는 15층 규모로 109.1㎡ 매매가가 2억8000만원대다. 530가구가 살고 있다. 다른 일반아파트인 D아파트도 같은 면적이 2억3000만원쯤 한다.
임대아파트 2곳은 79.4㎡ 기준으로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가 50만원 이하다. 한 임대아파트 주민은 “C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주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사는 곳 때문에 놀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아이들이 C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친구들 사이에서 ‘너 어디 사냐’는 질문이 오갈 때 주눅들 아이를 생각하니 미안하다”고 했다.
학부모 항의가 쇄도하자 안동교육지원청은 이 학교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원청 관계자는 “학부모를 배려하지 않은 편의주의 발상이 빚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빈부격차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만큼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교장 B씨는 “혼란은 조금 있겠지만 번호표를 뽑거나 성명 순으로 예비소집 순번을 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A초등학교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많은 초등학교가 예비소집 때 거주지별로 학생을 구분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오랫동안 아파트를 기준으로 예비소집을 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도 적게 들고 행정 실수도 줄어든다. 효율적 방법임엔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안동 초등학교 신입생 아파트별 예비소집 논란
입력 2015-01-18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