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터키서 실종 10대 한국인] 킬리스 호텔 도착한 김군,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입력 2015-01-18 21:23
“그는 여자처럼 어깨 아래까지 머리를 기른 채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동행자가 체크인하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계속 로비를 서성거리기만 했다. 아주 초조하고 긴장돼 보였다. 동행자는 ‘Do you know Hassan?’(하산이란 사람을 아는가)이란 질문을 반복했다.”

터키 남동부 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의 메르투르 호텔 직원은 이 곳에 투숙했다가 지난 10일 실종된 한국인 김모(18)군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김군과 동행자 홍모(45)씨가 9일 오전 9시 체크인했고 주로 방에서만 머물던 김군이 다음날 사라졌다며 김군의 마지막 행적을 설명했다.

김군과 홍씨는 지난 8일 밤늦게 터키 남동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국경도시 킬리스에 도착했다고 한다. 인천공항을 떠나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지안테프 공항에 내렸다.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거리인 킬리스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며 밤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시내 중앙광장에 있는 메르투르 호텔을 찾은 것은 9일 오전 9시였다. 면적 15㎢에 인구 8만5000명뿐인 소도시 킬리스에선 22개 객실을 갖춘 비교적 큰 호텔이지만 두 사람은 낯선 손님이었다. 시리아 국경에서 불과 5㎞ 떨어진 킬리스는 관광지가 아니어서 동양인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이 직원은 전했다.

특히 호텔 직원의 눈길을 끈 건 잔뜩 긴장한 채 불안해하던 김군의 태도였다. 그는 “180㎝의 큰 키에 마른 몸,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약 35㎝ 길이의 장발, 그리고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로비에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가 있었는데 앉을 생각은커녕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나흘간 머물 예정이라면서 체크인을 했다고 한다. 직원은 이들에게 더블룸을 내줬다. 체크인과 지불은 모두 홍씨 이름으로 이뤄졌다. 이 직원은 “터키식 아침식사가 제공된다고 했는데, 김군은 식사를 하지 않고 방으로 올라갔다.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두문불출하던 김군은 이튿날 자취를 감췄다. 호텔 CCTV에는 10일 오전 8시 가방과 소지품을 모두 챙겨 들고 방을 나서는 김군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홍씨도 뒤늦게 이를 알았다고 한다. 호텔 직원은 “홍씨가 ‘김군이 하산을 만나러 킬리스에 왔는데 나는 하산의 주소도, 전화번호도, 아무런 정보도 알지 못한다. 혹시 하산을 아는가’라고 계속 물었다”고 했다. 하산은 터키에서 너무 흔한 이름이라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이틀이 지난 12일 한국대사관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터키 경찰과 관계 당국은 수사에 나섰다. 김군 아버지도 16일 터키로 가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아들을 찾으러 다녔지만 실종 1주일이 지도록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군 실종 사실은 17일 터키 일간지 밀리예트가 “한국인 청소년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려고 시리아로 불법 입국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 호텔의 다른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군이 아마 IS에 가입하려 시리아로 갔을 것”이라며 “홍씨로부터 ‘김군이 하산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