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국인 10대 남성 IS 가담 가능성조사 속 신중한 입장

입력 2015-01-18 17:01

터키 북부 킬리스에서 시리아로 월경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종자 김모(18)군에 대한 현지 수색 작업에서 이렇다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군의 IS 가담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내 조사를 병행하고 있지만 ‘단순 실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IS 가담 가능성에 초점…“세부사항 확인 불가”=국가정보원은 18일 김군 실종 사건에 대해 “유관 부처와 합동 조사 중”이라면서도 IS 가담 가능성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IS 가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지만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스탠스다.

국정원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전에 김군 부모로부터 그의 컴퓨터를 임의 제출받아 1차 조사를 마쳤으나, 김군이 IS 소속원과 연락을 취했다는 증거를 확실하게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경찰이 김군 컴퓨터를 넘겨받아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삭제된 데이터까지 되살려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군이 펜팔을 맺어 이메일 등을 주고받았다는 터키인 ‘하산’과 전화 연락도 취했는지에 대해선 휴대전화를 확보할 수 없어 조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김군의 IS가담에 대해 의혹을 두는 이유는 그의 터키 현지 행적 때문이다.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터키 북부의 시리아 접경 지역을 찾아간 데다, 이 곳은 ‘엎어지면 코 닿을’ 지척거리에 IS 장악지역을 두고 있다. 출국 전 김군의 행동도, 현지에서의 태도 등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왜 관광지가 아닌 터키 킬리스로 갔느냐’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정부 관계자는 “보통 IS 관련자들이 터키를 경유해 시리아로 들어가는데, 바로 킬리스가 그 관문”이라고 말했다. 김군이 IS 가담자와 유사하게 터키 수도인 이스탄불을 거쳐 킬리스로 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군이 터키-시리아 국경을 통과한 흔적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서는 “두 국가 사이의 국경선이 900㎞에 달해 밀입국했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김군이 스스로 짐을 전부 챙겨 나간 만큼 ‘단순 외출’로 보기 힘든 점, 그가 묵었던 호텔 직원이 동행자 홍모(45)씨로부터 들었다는 “김군이 ‘하산’을 만나러 나갔다”는 발언 등도 IS 가담에 무게를 싣는 정황들이다.

◇“단순 실종 가능성도 있어”=외교부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 실종자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반대로 ‘김군이 이슬람 무장단체 IS와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외교부는 김군의 IS 가담 가능성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지 밀리예트의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신문이 IS 가담의 증거로 내놓고 있는 ‘30대 한국인 남성의 진술’이 허위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황 상 이 남성은 김군과 터키까지 동행한 홍씨인데, 그는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넘어간 적이 없고 실제 연령도 40대여서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현재 “IS 가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단순 실종일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산을 만나러 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남대문에서 김서방 찾기 식이어서 실제 그것을 위해 출국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터키 외교장관 통화, “김군 소재 파악 진전 없어”=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터키에서 실종된 김군의 조속한 소재 파악과 안전한 귀환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새벽 통화에서 ‘터키 정부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서 조력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차부쇼울루 장관은 “한국 국민의 실종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터키 정부와 경찰, 현지 주지사를 통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측 역시 김군의 행방과 관련해 IS 가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동선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 터키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의 소재파악과 관련한 특별한 추가 진전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