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권 후보 전원, 김대중 전 대통령 인연 강조

입력 2015-01-18 16:54

‘야당의 성지’ 광주·전남에서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광주·전남은 권리당원이 8만여명으로 새정치연합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후보들은 ‘당심’을 좌우할 이 곳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총선 승리 가능성, 통합정신, 세대교체 등 저마다 강점을 내세웠다.

문재인 의원은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연이어 열린 합동연설회 연설에서 ‘이기는 정당’, ‘수권 정당’을 강조했다. 문 의원은 “국민과 당을 잇는 대표가 필요하다. 국민과 함께 수권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이제 다시 호남이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와 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맞섰다”며 “저는 갈수록 양극화하는 소득불평등과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문 의원은 “지금 당장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총·대선 승리 전망을 제시하고 청와대와 각을 세워, 제1야당 대표 적격자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 의원은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듯, 상대 후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문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저는 중앙당에 한번 못가고, ‘하방’하라는 지시에 따라 호남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문 의원은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패배했다. 심지어 자기 고향에서도 패배했다”고 쏘아붙였다.

친노계(친노무현)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친노가 (당을) 독점하고 지난 공천도 친노가 다 했다. 이제 당권도 대권도 모두 쥐겠다고 한다”며 “문재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갖는다면 욕심”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 와서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친노들은 불이익 받고 친노들은 안 쓰겠다’고 하는데 이것을 누가 믿을 수 있나”며 “2년 반 전에 ‘친노가 청와대·정부에 안 들어간다’고 성명을 발표했으면 문 의원은 여기 있지 않고 청와대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호남의 ‘김대중 향수’를 자극하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반독재민주화의 길에서, 정권교체의 길에서, 단 한 순간도 사리사욕이라고는 없었던 그의 이름을 가리켜 우리는 김대중이라 불렀다”며 “다시 김대중의 길을 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대중의 전국정당론만을 부둥켜안은 채 대중정당의 길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당심은 엇갈렸다. 화순에서 만난 대의원 정광헌(64)씨는 “박 의원은 다른 분에 비해 정보력과 강한 리더십이 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하지 않는다”며 “문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국회의원직도 유지하면서 책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원 이오섭(60)씨는 “호남에서는 대권후보는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있다”면서 “박 의원의 연설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지나치게 문 의원 비판에 치우쳤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게 호감을 가지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당원들도 적잖았다. 광주 당원 박명호(66)씨는 “호남에서는 박 의원이 가장 유리하겠지만 아직 세 후보 다 박 마음에 들진 않는다”며 “총선 전에 야권이 헤쳐모이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광주, 화순=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