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일본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의해 학살당한 한국인 피해자 21명이 확인됐다.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 명부를 검증한 첫 결과물이다. 국권을 잃어버렸던 시기에 일어난 집단 학살 진상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는 물론 일본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평가된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일본 진재(震災) 시 피살자 명부’를 1년 동안 1차 검증해 수록된 289명 중 18명이 관동대지진 피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또 명부상 피살자의 본적지를 방문해 조사하던 중 명부에 없는 3명의 희생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일본 진재 시 피살자 명부’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다. 작성된 지 약 61년 만에 정부기관이 첫 검증조사를 벌였다. 이승만 정부가 1953년 피해신고를 모아 만든 것으로 2013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신축 중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 ‘3·1운동 피살자 명부’와 함께 발견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제적등본 조회를 통해 희생자 신원을 일일이 교차 확인하고, 희생자 본적지를 방문해 유족과 마을 주민 등 참고인 조사를 병행했다. 34명을 조사해 21명을 피살자로 결론 내렸다. 12명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보류했고, 1명은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관동대지진은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일부 일본인이 희생된 대표적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로 꼽히지만 지금까지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부에는 ‘쇠갈구리(쇠갈퀴)로 개 잡듯 학살’ ‘식사 중 일본인에게 곡갱이(곡괭이)로 피살’ ‘군중이 습격해 살해’ ‘일본인이 죽창으로 복부를 찔러’ 등의 표현으로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연말까지 검증을 끝낼 계획이지만 지난 1년간 조사한 희생자가 아직 34명에 불과하고 담당자가 한 명밖에 없어 목표 기간 내에 조사를 끝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동대지진 피살자로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 지위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고 북한 본적을 가진 희생자를 검증할 남북 공동 조사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정부, 관동대지진 한국인 피살자 명부 첫 검증… “남북 공동 조사 필요”
입력 2015-01-18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