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 단절된 북한을 실용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인권’입니다. 인권이 북한 내 숨겨진 취약계층을 살릴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만난 원재천(51·사진) 한동대 통일과평화연구소장은 ‘북한 인권 연구의 효과’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3년간 미국 시라큐스·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진과 ‘북한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그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서 국제인권법을 가르치는 교수다.
같은 날 연구소와 밀알복지재단의 주최로 열린 ‘북한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및 워크숍’에 원 소장은 좌장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틀간 열린 콘퍼런스에서 자넷 로드 시라큐스대 ‘버튼 브랫’ 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장애인 인권 전문가들을 초청해 북한 장애인 인권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북한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적지 않은 북한 인권 단체가 정치범 수용소 내 인권유린을 말하지만 정작 취약계층인 북한 장애아동과 장애여성, 수용시설의 장애인 인권은 거의 논하지 않는다”며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이들을 알리고 돕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재 탈북민과 북한 장애인 관련 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조사를 실시해 북한 장애인 인권 및 복지 실태를 수집 중이다.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부 등 국제인권단체와 북한 장애인 인권 실태를 알리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인권 개선을 위한 법, 행정, 사회복지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원 소장은 “장애인 시설에 종사했던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북한 정부가 장애아동을 섬에 격리 수용해 생체 실험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조사를 진행해 ‘국가 차원의 차별은 범죄 행위’임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알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 연구를 ‘잊혀진 북한 장애인을 찾아 구출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이 공개하는 장애인 관련법이나 통계로는 결코 이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없어서다. 원 소장은 “북한은 거의 장애인 통계를 내지 않았지만 국제 사회가 요구하자 관련 수치를 제시했다”며 “외부에서 끊임없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할 때 비로소 북한 장애인들이 숨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북한 장애인 인권 증진 연구가 하나님의 뜻이자 시대적 소명임을 확신했다. 북한 장애인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귀한 존재’라는 믿음에서다. 원 소장은 “성경을 보면 알 수 있듯 하나님은 약자인 과부와 고아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다”며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약자를 돕는 이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라 믿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양민경 기자
원재천 한동대 통일과평화연구소장 “北 장애인 인권 문제도 공론화돼야”
입력 2015-01-18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