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을 넣고 무실점으로 지키는 한국식 ‘늪 축구’는 언제까지 성공할까.
우리나라는 17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전반 33분 이정협(상주 상무)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개최국 호주를 1대 0으로 격파했다. 이미 8강 진출권을 확보했던 우리나라는 3전 전승(승점 9)으로 조별리그 1위를 쟁취했다.
앞서 경기마다 4골씩 퍼부었던 호주는 쓰라린 첫 패배를 당했다. 2승1패(승점 6)로 조 2위다. 개최국의 이점과 막강한 화력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나라에 덜미를 잡히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우리나라와 호주는 8강 토너먼트 대진표상 결승전까지 만날 수 없다. 결승전에서 ‘리턴 매치’가 성사되면 호주에는 설욕전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을 결승골로 화답했다.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안으로 낮게 들어온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패스를 공격수 이근호(엘 자이시)가 왼발로 때렸고, 발을 내밀고 골문 앞으로 파고들던 이정협이 마무리했다.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후반 종반부터 수비에 집중하면서 ‘굳히기’에 돌입했다. 호주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베테랑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 등 3명의 교체 선수를 모두 투입했지만 우리나라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몇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긴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1대 0으로 이겼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상대적 약체인 오만, 쿠웨이트에 한 골 차로 이기면서 부족한 골 결정력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호주를 상대로 같은 스코어로 승리하면서 악평은 호평으로 바뀌었다. 경기마다 두 골 이상을 넣지 못한 골 결정력 부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지만 수비진의 무실점과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는 우승 전망을 밝혔다.
SNS에는 18일 새벽까지 대표팀을 향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 네티즌들은 끈끈한 수비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는 대표팀의 경기 방식에 ‘늪 축구’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일대영’이라는 한국 이름이 생겼다. 모든 경기를 1대 0으로 이겼다는 의미다. 우리 네티즌들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연이어 0대 5로 대패하자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게 ‘오대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붙였다. 방식은 같지만 담긴 의미는 다르다.
네티즌들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 이어 토너먼트 세 경기까지 모두 1대 0으로 이기고 우승하면 세계 축구사에 진기록을 남길 수 있다” “앞으로 만날 상대들은 모두 우승후보군이어서 1대 0 승부가 이어질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 0대 1로 지고 탈락하면 슈틸리케 감독은 ‘일대영’이란 별명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대륙대항전보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아시안컵이어서 1대 0으로 3전 전승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승리가 반갑지만은 않다. 공격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오는 22일 오후 4시30분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B조 2위와 4강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중국이 1위를 확정한 B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가운데 한 팀이 우리나라의 상대다.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8일 오후 6시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조 2위를 가린다. 1승1패(승점 3)로 나란히 맞선 두 팀의 승부에서 비기면 골 득실차에서 2골차로 앞선 사우디아라비아가 8강으로 진출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10] “우승까지 1대 0으로 쭉 갑시다”… 한국식 ‘늪축구’ 성공?
입력 2015-01-18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