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벌어진 한국인 10대 청소년 실종 사건은 온통 미스터리다. 왜 터키에 가려 했는지, 온라인 펜팔 친구라는 터키인 하산은 누구인지, 통상적인 여행지와 거리가 먼 킬리스에 왜 갔는지, 왜 “말없이” 호텔을 나섰는지, 실종 당일 국내 남동생과 10통이나 국제전화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아직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설명되는 부분이 없다.
“터키 여행 가고 싶다” “하산과 이메일 연락”
실종된 A군(18)은 올해 고3이 돼야 할 나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모에게 “터미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고, 부모는 혼자 보내는 게 안심이 되지 않아 지인 B씨(45)에게 동행을 부탁했다고 한다. A군 어머니는 지난 15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아들의 실종을 신고하며 “아들이 하산이라는 터키인과 인터넷에서 만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군이 하산을 만나기 위해 터키에 가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하산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군과도 온라인으로 연락해온 사이여서 A군이 알고 있던 하산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불확실하다. 그런 상태에서 지난 8일 A군은 B씨와 함께 터키에 갔다. 그리고 이틀 뒤 킬리스란 도시의 호텔에서 A군이 사라졌다.
별 다른 말 없이 호텔서 사라져
A군이 하산을 만나러 간 거라면 킬리스가 하산이 사는 곳일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하산이란 인물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A군이 “별 다른 말 없이” 호텔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B씨는 A군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12일 현지 대사관에 신고했다. 대사관은 직원을 킬리스에 급파하고 현지 치안당국과 함께 A군을 찾고 있다.
금천경찰서는 A군의 통화 내역을 분석했다. 실종되던 10일 국내에 있는 동생과 10차례 통화한 게 마지막이었다. 국제전화로 하루에 10차례나 통화해야 할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내역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로 의심될 만한 이와 연락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A군 컴퓨터 분석
IS와 연결됐을 가능성 때문에 국정원도 나섰다. 국정원은 A군이 국내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분석해 평소 IS 관련 정보에 접근했었는지 등을 파악했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국정원이 분석 결과 그런 흔적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A군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터키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 말이 안 되는 오보”라고 진술했다.
A군 아버지는 아들을 찾기 위해 터키로 떠난 상태이고, B씨는 17일 밤 귀국할 예정이다. 경찰은 B씨가 귀국하는 대로 실종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IS와 접촉을 했는지, 어떤 경위로 실종됐는지 모든 게 불분명한 상태”라며 “A군을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실종? IS 가담?… 한국인 청소년 터키 실종 미스터리
입력 2015-01-17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