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스스로 박탈한 우승후보 자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 A조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상대는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개최국 호주다. 이미 2연승을 질주하고 8강 진출권을 확보한 우리나라와 호주는 이 경기에서 조 1위를 가린다.
표정은 엇갈렸다. 호주는 앞선 두 경기에서 8득점(1실점)의 ‘골 폭격’을 가하며 3차전까지 달려왔다. 경기마다 네 골씩 넣었다. 본선 진출 16개국 가운데 가장 막강한 화력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 약체인 오만, 쿠웨이트를 상대로 연이어 1대 0의 ‘진땀 승’을 거뒀다. 우리나라와 호주의 골 득실차는 5개로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비기거나 지면 조 2위다. 이 경우 B조의 중국과 8강에서 만난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세가 예상됐던 B조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중국이 1위를 확정하면서 우리나라의 조 1위 도전은 8강 상대 고르기보다 자존심 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변경됐다.
우리나라와 호주의 동반 결승진출을 가정할 때 3차전이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점도 의지를 부추긴다. 우리나라와 호주는 8강 토너먼트 대진표상 3차전 이후에는 결승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 3차전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결승전을 앞둔 표정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승리가 절실한 이유다.
지난 13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쿠웨이트를 1대 0으로 겨우 이기고 “우리는 이제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박탈한 우승후보의 자격을 3차전에서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 1위를 놓치지 않겠다”며 “개최국 호주를 격파하면 큰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차전과 8강전 가운데 어떤 경기가 중요한가를 묻는다면 8강이지만 나는 비기겠다는 생각으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호주를 상대로 이겨 조 1위를 차지하겠다”고 자신했다. 우승이나 결승전보다는 3차전과 8강전 등 눈 앞에 놓인 경기에서 차근차근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엔제 포스테코글루(50·그리스) 호주 감독의 표정은 여유롭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회를 끝까지 치르기 위해서는 핵심 선수들을 계속 투입할 수 없다”며 일부 핵심 전력들의 결장을 예고했다. 조 1위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지만 결승전까지 멀게 바라보는 만큼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러나 우리나라를 향한 도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본선부터 한국의 경기를 자세히 분석했다. 감독을 교체하고 선수를 바꿨지만 매우 놀랄 만한 변화는 없었다”며 “어려운 경기를 예상하지만 우리는 다른 팀들에 그랬듯 한국이 힘든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9] 미리 보는 결승전?… 8강을 말하는 한국, 결승을 말하는 호주
입력 2015-01-17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