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증가율, 13년 만에 세계교역신장률보다 내려가

입력 2015-01-17 09:33
지난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교역신장률보다 낮아졌다.

17일 한국은행의 ‘2015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상품수출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하는 작년 세계교역신장률 전망치(3.3%)보다 1.2%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신장률보다 낮아진 것은 IT 거품이 꺼져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은 200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세계 무역규모는 연간 0.1% 증가했으나 한국 수출은 2.5% 줄었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신장률보다 낮았던 것은 1980년 이후 2013년까지 네 차례뿐이었다. 1980년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세계 무역규모 증가율의 세 배에 육박했다. 1986년 한 해 수출은 전년 대비 36.7% 폭증하기도 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9년에도 수출은 15.8%의 고성장을 했다.

2000∼2007년 한국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3.4%로 세계교역신장률(7.3%)의 2배에 달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2012년 4.4%, 2013년 4.5%로 같은 해 세계교역신장률보다 각각 1.5%포인트 높았다. 격차가 1%대로 크게 좁혀졌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IMF는 올해 세계교역이 5.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한은이 전망하는 한국 수출 증가율은 3.4% 수준이다. 내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교역신장률 전망치는 5.5%이며 한국 수출 증가율 예상치는 3.9%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점이 수출 둔화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내수 위주 성장과 가공무역 억제 정책을 펼치는 점도 한국 수출을 둔화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수출해 의존해온 성장정책을 대신해 내수 자생력을 키워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