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극 살해범, 인터넷 도박에 빠져 부인 상습폭행

입력 2015-01-16 23:36 수정 2015-01-16 23:52
아내의 전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김상훈(46)은 평소 인터넷 도박에 빠져 부인 A씨(43)에게 돈을 요구하며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인질극이 있기 나흘전에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청하면서 남편으로부터 흉기에 찔린 사실을 거론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기지방경찰청과 안산상록경찰서는 A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통해 ‘8일 민원상담관에게 흉기에 찔린 사실을 거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가 지난 7일 김이 휘두른 흉기에 허벅지를 찔리는 등 폭행당하자 다음날 오후 안산상록서 종합민원실을 찾아가 ‘어제 남편에게 흉기로 허벅지를 찔렸고, 예전부터 폭행을 당해왔는데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느냐’며 상담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원상담관은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 가정폭력 사건 긴급 임시조치 절차를 안내하지 않았다. A씨는 재차 “지금 당장 구속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뒤 더이상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10여분 만에 경찰서를 나섰다. 경찰은 그동안 “A씨가 상담 당시 흉기에 찔렸다는 말 없이 폭행당했다고만 했다”고 해명해왔던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안산상록경찰서는 또 김씨가 지난 13일 경찰과 대치하며 인질극을 벌이는 과정에서 A씨를 ‘들여보내라’는 요구와 함께 소주 3병과 담배 등을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술과 담배가 김씨를 더욱 흥분시킬 것으로 판단해 거절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살해된 부인의 전남편 B씨(49)와는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를 만큼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B씨가 지난 12일 오후 9시쯤 집에 귀가하자 ‘형님, 접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어 줬고, B씨는 순간적으로 다시 나가려다 붙잡혀 살해됐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c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