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회화가 결합된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미디어 작가 한호(43)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를 받았다.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조 벰보에서 ‘동상이몽’이라는 타이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작품을 공개한다.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과 별도로 마련되는 특별전은 세계 각국의 주목받는 작가를 선정해 신작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연출하는 기획전과 각 나라들이 전시를 기획해 운영하는 국가관, 베니스비엔날레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특별전 등 3개영역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한호 작가가 초대받은 특별전은 조아네스 지아노니, 프랑소와 모레, 헤르만 니치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권위 있는 미술 전시회다.
한호 작가는 “그동안 한국은 이우환 김아타 등 국제적인 작가들이 특별전에 참가했다”며 “빛이라는 소재의 작품을 세계무대에 내보이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비엔날레 측에서 세계 각국의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한호 작가의 작품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호 작가 외에 미디어 작가 이이남도 특별전에 초청됐다.
한호 작가가 이번에 출품하는 ‘동상이몽’은 ‘영원한 빛’ 시리즈 작품 중 하나다. 한국사 속에서 절규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하나의 빛으로 회화이면서 미디어인 설치작업을 보여주려 한다. LED 캔버스 안에 인공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과정을 15초 사이에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해 시간의 개념까지도 담아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 파리8대학 박사준비 과정을 수료한 그는 파리, 뉴욕, 베이징으로 옮겨 거주하면서 작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7년 동안 빛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작업은 회화이면서도 영상이다. 유년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달빛을 보며 대화를 나눴던 추억들을 캔버스에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강물이 흘러가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에 빨려들었다. UFO 같은 ‘빛의 배’들이 둥실둥실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 배를 타면 환상의 동화 속 나라에 틀림없이 다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빛에 천착하게 된 배경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그는 은은한 달빛에 끌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구축(Personal Structures)’이라는 큰 주제로 열리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작가는 상처 받은 자, 죽은 자와 산 자, 앞으로 살아갈 자, 과거와 현실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을 표현할 예정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현실의 한 공간에서 이념과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 교차점을, 빛과 시간 그리고 또 다른 공간의 환영을 통해 치유의 공간으로 연출해낼 작정이다.
미술평론가 장 루이 푸아트방은 한호 작가의 작품을 ‘마음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은 두 가지 방향으로 펼쳐진다. 그 주제는 땅, 흙, 역사,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초기 근원으로의 귀환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동양철학이나 시와 그림에서 달은 중요한 존재였다. 현대미술에서 달을 표현한 작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잇는 작업이다.
작가는 빛을 영감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달은 우리에게 하늘로 향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작품 속에 존재한다. 작가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고 우리는 그를 통해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작품에 부여된 일관된 제목이 ‘Eternal Light(영원한 빛)’인 것처럼 인간을 이야기하는 모든 작품은 시작과 구원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가 오랫동안 몰두해온 ‘영원한 빛’은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인간의 심장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태초의 빛이다. 그는 “빛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희망, 몰입, 카타르시스 등을 표현한다”며 “회화와 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욱 성숙하고 발전하는 작업이 되기를.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빛과 회화의 만남 미디어 작가 한호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대 '영원한 빛'의 '동상이몽' 선사
입력 2015-01-16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