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판정 '트라이브' 포스터 비교해보세요 슬라보슈비츠키 감독 "한국만 유해 판정 유감"

입력 2015-01-16 20:44
프랑스 포스터
우크라이나 포스터
체코 포스터
한국 포스터
인물화가 김성진 티저 포스터
대사, 자막, 음악이 없는 파격적 설정과 독창적인 연출로 2014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및 3관왕을 석권하며 화제를 불러 모은 영화 ‘트라이브’가 ‘유해성 있음’ 판정으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메인 포스터를 온라인에서만 공개했다. 그런 가운데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이 포스터 심의 결과에 대해 유감을 전해왔다.

기숙학교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조직 ‘The Tribe’ 안에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담아낸 작품 ‘트라이브’는 대사, 자막, 음악 없이 등장인물들이 오직 수화로만 대화하는 파격적인 설정과 독창적인 연출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인물 화가 김성진 작가의 작업으로 완성된 감각적인 일러스트 티저 포스터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메인 예고편을 공개하며 관객들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는 영화 ‘트라이브’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유해성 판정을 받은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공개된 포스터는 기숙학교에 전학 온 소년 세르게이와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된 소녀 안나가 마주 앉아 손짓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리 없는, 가장 격렬한 언어’라는 문구는 대사, 자막, 음악 없이 강렬한 몸의 언어만을 통해 완성된 영화의 특별함을 드러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에 공개된 ‘트라이브’의 메인 포스터는 해외 포스터와 같은 이미지이긴 하지만 남녀가 나신으로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한 차례 심의 판정을 받은 뒤, 여주인공의 몸을 스크래치 효과를 더해 가린 후 다시 한 번 심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포스터 또한 남성과 여성이 알몸으로 앉거나 반 누워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유해성 있음’ 판정을 받아 안타깝게도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하게 되었다. ‘트라이브’에서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실제 청각 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출연, 오직 손짓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장면 하나 하나가 디테일로 가득 차 있으며 포스터 속 이미지는 등장인물들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을 가장 날 것으로 나타내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의 핵심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처럼 가장 강렬한 한 컷으로 완성된 해외포스터는 우크라이나, 체코,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는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해성 있음’ 판정을 받음으로써 안타깝게도 오프라인을 통해서는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없게 되었다. 인물 화가 김성진 작가의 펜 드로잉으로 완성된 감각적인 티저 포스터는 작가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여성의 몸 위에 엎드려서 손으로 가슴을 애무하는 장면이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유해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한국의 포스터 심의 결과에 대해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은 “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매우 엄격한 기준에 대해 유감이다. 특히 펜 드로잉으로 완성된 티저 포스터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시적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중에 오리지널 포스터 속 이미지가 문제가 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말 유감스럽고 아쉬운 마음”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트라이브’는 1월 29일 개봉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