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회항과 기내 욕설·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아(42·여) 전 대항한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을 박창진 사무장 책임으로 몰아가도록 여론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객실승원부 여모(58·구속기소) 상무로부터 국토교통부 조사 등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며 지시를 내렸다.
“회항은 기장이 결정한 걸로 하라”
국민일보가 16일 입수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앞둔 지난달 8일 오후 2시쯤 서울 공항동 대항항공 본사 국내승원팀 사무실에서 박 사무장 등 승무원들에게 사태를 축소·왜곡해 진술토록 지시했다. 승무원 중에는 지난 5일 문제의 여객기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견과류를 봉지째 전달한 객실승무원 김모씨도 있었다. 여 상무는 이들에게 기내에서 일어난 조 부사장의 욕설이나 폭행 등에 대해 일절 함구하게 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직접 하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진술케 했다, 항공기 램프리턴 이동 거리도 최대한 줄였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54분쯤 여 상무에게 전화해 “언론에서 항공법 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국토부 조사에선 회항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장이 내린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여 상무는 이날 오후 4시쯤 박 사무장이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받는 동안 서모 전무와 함께 동석했다. 그는 박 사무장의 진술 내용을 청취하며 중간에 끼어들어 답변을 가로채거나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 조사가 끝난 뒤엔 박 사무장을 회유해 오후 11시쯤까지 자필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케 했다.
“사태 수습에 최선 다하라”
여 상무는 국토부 추가 조사를 앞둔 다음날 오후 3시8분쯤 조 전 부사장에게 이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사장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언론, 국회, 국토부,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사장님과 관련 부서 임원 모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오늘 국토부에서 승무원 추가 조사 요청이 와 관련 승무원들하고 조금 후에 사조위(사고조사위원회) 방문 예정입니다. 법 저촉 사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조 전 부사장은 잠시 후 여 상무에게 전화해 25분29초간 통화하며 사무장 등의 서비스 잘못을 재차 지적하고 승무원 동호회(KASA)를 통해 이를 여론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여 상무가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하자 조 전 부사장은 이를 반려하며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수습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내통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실상을 왜곡하고 추가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국토부 김모(54·구속기소) 조사관을 이용했다. 그는 김 조사관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항공기 회항 관련 조사 내용, 국토부 의견, 조사계획 등을 빠짐없이 파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내용을 모두 보고받았다.
여 상무는 조사 첫 날인 8일 오후 9시26분과 9시36분에 각각 2분37초, 2분18초 동안 김 조사관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 새벽 0시16분에는 국토부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이메일로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여 상무는 두 번째 조사가 끝난 9일 오후 7시25분과 9시2분에도 각각 9~10분간 김 조사관과 전화하며 국토부 조사 결과와 향후 조사계획을 파악했다. 오후 9시50분쯤에는 이 내용도 보고서로 작성해 조 전 부사장에게 이메일로 보고했다. 이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시하신 대로 이번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일 해당편 승무원들이 국토부에서 조사받은 결과를 아래와 같이 보고드립니다. 국토부에서는 기장월권, 램프리턴, 승무원 하기, 기내 소란 등 4가지에 대한 항공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금일은 기내 소란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부사장님에 대한 조사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감시와 압박
여 상무는 승무원 김씨 등이 11일 오전 10시쯤 추가 조사를 받으러 국토부에 출석할 때 이들과 동행하고 조사위원회에서 기다렸다. 검찰은 허위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여 상무는 이날 10시23분쯤 조 전 부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부사장님, 방금 전 10시부터 지난번 조사 받은 일등석, 일반석, 비즈니스 여승무원 4명 추가 조사 받기 위해 사조위에 왔습니다. 승무원들이 일관되게 진술하니 다시 한번 조사해 다른 진술을 얻으려는 것 같습니다. 10시 반 국토부 중간 발표 이후 최종 보고서는 여론을 보아가며 작성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보고했다. 추가 조사에서 김씨 등은 기존 허위 진술을 되풀이했다.
강창욱 전수민 기자 kcw@kmib.co.kr
조현아 ”박창진 탓” 여론조성 지시
입력 2015-01-16 20:47 수정 2015-01-16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