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가른 것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기준이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기준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사실상 최대 규모의 통상임금 사건이었던 이번 소송은 다른 통상임금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의 기준을 제시하며 “핵심 쟁점은 고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은 이후 각 사별 통상임금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고정성은 지급받는 임금이 ‘추가 조건’이 붙지 않는 고정적인 임금인지 따진다. 예를 들어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다만 근무실적에서 최하등급을 받더라도 동일하게 보장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다.
현대차의 경우 ‘2개월 동안 15일 미만 근무한 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세칙이 고정성 여부를 가리는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현대차와 현대정공 근로자들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15일 미만’ 세칙이 발목을 잡아 통상임금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세칙과 달리 근무한 일수에 맞춰 상여금을 받은 현대차서비스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를 명확히 했다.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임금 증가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신의칙’ 판례는 현대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차의 규모에 비춰볼 때 임금 증가분이 회사를 위태롭게 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현대차가 이번 판결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0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 판결 이후 나온 하급심 판단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하급심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자에게만 상여금이 지급됐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근무 날짜를 계산해 상여금을 지급한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지난해 1월 부산고법은 대우여객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1년 이상 근속자, 지급기준일에 회사를 다닌 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퇴직자에게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고정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이 지급됐는지는 통상임금 판단에서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퇴직자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근로일자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차 노조 측 정명아 공인노무사는 “아쉬운 판결이지만 예상했던 수준으로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노조원 중 ‘15일’ 규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시행세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사간 합의가 있었다고 본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현대차 상여금에 고정성 없었다… 법원 임금 증가분 소급지급은 인정
입력 2015-01-16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