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류인(1956∼1999)은 4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요절한 천재 조각가로 불리는 그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구상조각가로 발판을 굳혔다. 인체를 변형, 왜곡,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입체감 있고 역동적인 작품을 남겼다. 그의 기일인 1월 20일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기념 전시회가 충남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시작된다.
같은날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5층 문화홀에서 ‘불멸의 천재 조각가 류인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린다. 서울의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에선 작가가 생존 당시 직접 주물을 뜬 초기작으로 미술대전 수상작인 ‘심저’가 전시된다. 작가는 추상과 설치작업이 지배적이던 1980년대 한국 화단에 인체를 매개로 정밀하고도 힘 있게 묘사한 구상조각가로 명성을 날렸다.
류인은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인 류경채(1920∼1995), 희곡작가 강성희(1921∼2009)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미술대전 특선, 오늘의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4월 19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선 ‘부활-조용한 새벽’ ‘파란 II’ ‘급행열차-시대의 변’ ‘지각의 주’ 등 대형 작품과 조각 및 설치작업을 결합한 ‘황색음-묻혔던 숲’ 등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근현대 조각의 구상주의와 새로운 표현을 함께 모색한 그는 힘과 역동성, 사실적 묘사를 중시했다. 극적으로 해체된 듯한 그의 인체 조각은 더욱 두드러져 보이고 강렬함을 남겼다. 작가의 독창적 공간 해석은 인간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런가하면 근원적인 불안, 울분, 콤플렉스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불우했던 작가의 삶이 작품에 올곧이 반영돼 있다. 현대 도시인의 쓸쓸하고도 힘겨운 인생살이를 대변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면에 엿보이는 희망의 이미지가 따스함을 전한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21점이 소개된다. 심포지엄에는 미술평론가 최열 최태만 조은정 김준기 김종길 등이 참가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요절한 천재 조각가 류인 15주기 아라리오갤러리 1월20일부터 '불안 그리고 욕망' 전
입력 2015-01-16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