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륭(61) 전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사장이 현직 시절은 물론 퇴직 후에도 가전업체 모뉴엘의 ‘뒤’를 봐주면서 기프트카드(무기명 선불카드), 신용카드 및 현금 수천만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무보 사장이던 2013년 5월 모뉴엘 박홍석(53·구속기소) 대표로부터 “여신 한도를 늘려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받았다. 박 대표는 조 전 사장이 같은 해 12월 퇴임한 직후에도 찾아가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며 회사 명의 신용카드를 제공했다. 조 전 사장은 이 카드로 9개월 동안 134차례 2260만원어치를 긁었다.
박 대표는 거래처 계좌를 동원해 지난해 3~8월 매월 수백만원씩 모두 2880만원을 조 전 사장에게 송금했고, 이와 별도로 현금 3000만원도 전달했다. 조 전 사장이 모뉴엘로부터 챙긴 돈은 9140만원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조 전 사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무보의 황모(51) 프로젝트금융총괄부장, 황모(51) 중앙지사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박 대표에게 각각 1890만원과 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박 대표는 두 사람에게 하룻밤에 1200만원에 달하는 향응접대를 하며 “중소·중견기업 육성사업인 ‘글로벌 성장사다리 프로그램’ 회원사로 선정해 달라” “단기수출보험 특약사항을 변경해 달라” 등의 청탁을 했다.
이 3명의 기소로 모뉴엘 돈을 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무보 임직원은 5명으로 늘었다. 모뉴엘은 금융권에서 빌린 6745억원을 갚지 않고 파산했으며, 무보는 이 중 3265억원을 보증해줬다가 돈을 떼이게 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무역보험공사 전 사장, 모뉴엘로부터 기프트카드·신용카드·현금 받아 ‘흥청’
입력 2015-01-16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