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밖에 안 된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 두 자식을 두고 갔습니다.”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애끓는 부정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게시판에는 16일 ‘포항서 또 산모사망…의료과실 의혹’이란 제목의 글과 ‘딸을 잃은 아빠의 호소문'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8일 포항시 장성동 M모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출산한 오모(35)씨는 다음날인 9일 오후 2시쯤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병원 측은 응급조치로 산소 공급 후 안정을 시키고 곧바로 앰블런스로 포항의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오씨는 오후 4시40분쯤 사망했다.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부정맥으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밝혀졌다. 몸에 생긴 혈전이 폐로 이동해 혈관을 막은 것이다.
유족들은 “병원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과실”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산모의 아버지는 호소문에서 “(병원 측에서) 뱃속의 아이가 크다는 이유로 출산날짜를 앞당기라고 했는데 자연분만도 4㎏이 넘는 아이를 하는데 3.5㎏ 되는 아이 제왕절개 수술을 앞당긴다고 해서 못마땅했지만 원장을 믿고 날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모가 딸을 출산한 8일 가족들이 함께 병원을 방문해 건강한 모습을 확인했고 다음날 오전 산모와 전화통화도 했는데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듣게 됐다고 했다.
그는 “수술 도중 혈압이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를 딸로부터 들었지만 병원 측은 척추마취 때문에 그렇다며 아무렇지 않다고 했고, 소변이 잘 안 나온다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갑작스런 딸의 죽음이 기가 막혔지만 딸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병원 측 장례비 제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다시 50개월 할부로 지급하겠다며 협상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는 “엄마 사랑이 가장 필요한 세살 난 딸과 갓 태어난 아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분통하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고 병원 원장과 의사들이 평생 사회활동을 못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병원 측은 “수술 도중 발생한 의료사고가 아니며 1만분의 1 확률로 발생하는 폐색전증으로 검사도, 예측도 어려운 불가항력적인 경우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는 한달 전에도 김모(38)씨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딸을 출산한 다음날 폐색전증으로 사망해 의료사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무슨 이런 일이” 등의 댓글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출산 후 숨진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애끓는 父情
입력 2015-01-16 15:35 수정 2015-01-16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