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조현아(42·여)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에게 강제로 무릎을 꿇리고 호통을 치며 “그X” “사무장 X끼” 등 막말을 쏟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 하기를 지시할 당시 여객기가 이미 출발한 사실을 몰랐다던 주장도 거짓이었다.
“그X 불러”
국민일보가 16일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새벽 0시50분쯤(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 2A 좌석에 앉은 조 전 부사장은 객실 여승무원 김모씨가 견과류를 봉지째 갖다 준 것을 문제 삼으며 언성을 높였다. 당시 승객들에게 상영할 동영상을 준비하던 박 사무장은 김씨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 업무를 중단했다. 그는 곧장 1등석 칸으로 와 객실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조 전 부사장에게 갖다 줬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내가 언제 태블릿 피시를 가져오랬어. 갤리인포(기내 갤리 서비스 매뉴얼 책자)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고함쳤다. 갤리는 기내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다.
놀란 박 사무장이 1등석 갤리로 뛰어가 태블릿 PC와 갤리인포 파일철을 함께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은 “누가 (매뉴얼이) 태블릿에 있다고 했어?”라고 버럭 화를 냈다. 그는 이때 파일철로 좌석 팔걸이와 그 위에 얹힌 박 사무장의 손 등을 서너 차례 내리치고 “아까 서비스했던 그년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소리쳤다.
뒤편에서 지켜보면 김씨가 놀라 앞으로 나오자 조 전 부사장은 갑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하며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라고 지시했다. 당황한 김씨가 서서 매뉴얼을 뒤적거리자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라고 명령했다. 이어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년 내리라고 해”라고 말했다.
“내가 세우라고 했잖아”
조 전 부사장은 1등석 왼쪽 출입문 인터폰 앞으로 걸어가 박 사무장을 돌아보며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고함쳤다. 이때 항공기는 이미 7번 게이트에서 유도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상태였다.
박 사무장은 “비행기가 이미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세울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며 서너 차례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소리치며 당장 항공기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흥분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고압적 명령에 압도된 박 사무장은 인터폰으로 서모 기장에게 “기장님, 현재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간략히 보고했다. 서 기장은 즉시 항공기 진행을 멈췄다. 비행기는 약 22초간 20m 정도 이동한 상태였다. 서 기장은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려고 박 사무장에게 연락했고 “부사장께서 객실 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오너 일가 부사장의 위세에 눌린 기장은 공항 주기장통제소와 교신해 승인 받은 뒤 오전 0시57분쯤 항공기를 반대 반향으로 돌려 게이트까지 다시 약 20미터를 이동했다. 검찰은 “JFK 공항은 주기장이 좁아 약 10m만 푸시백 이동을 하더라도 다른 항공기의 통행에 장애를 주는 구조”라며 “당시 항공기가 푸시백을 하는 도중 사전통제 없이 멈추게 되면 다른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등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사무장 X끼 오라 그래”
조 전 부사장은 이후에도 폭언과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박 사무장이 무릎을 꿇은 김씨 옆으로 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며 양쪽 무릎을 꿇게 했다.
또 김씨에게 매뉴얼을 찾게 하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파일철을 세게 집어던졌다. 파일철은 김씨 가슴에 맞았다. 조 전 부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씨 어깨를 밀쳐 3~4m 가량 출입문 쪽으로 끌고 간 뒤 파일철을 돌돌 말아 벽을 수십 차례 내리치며 “너 내려”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박 사무장에게는 삿대질하며 “짐 빨리 가져와서 내리게 해, 빨리”라고 반복해 고함쳤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김씨의 서빙 방법이 변경된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자 직접 갤리로 가서 다른 여승무원 조모씨에게 매뉴얼을 찾아오게 했다. 당시 박 사무장은 기장에게 인터폰으로 상황을 보고 중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씨가 태블리 피시에서 찾은 해당 매뉴얼을 건네받아 읽은 뒤 고성으로 “사무장 그 X끼 오라 그래”라고 고함쳤다. 그 소리에 박 사무장이 달려오자 “이거 매뉴얼 맞잖아.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너가 내려”라고 소리쳤다. 그는 박 사무장에게 삿대질하며 출입문으로 몰아붙인 뒤 “내려. 내리라고”를 반복했다.
강창욱 전수민 기자 kcw@kmib.co.kr
“그X 불러”… “사무장 X끼”… 조현아 막말 퍼레이드
입력 2015-01-16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