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칠 수 없을 정도로 과음을 한 골퍼가 골프장 측 안내에 따라 숙소로 이동 중 카트에서 떨어져 다쳤다면 골퍼에게 과실이 크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 제1민사부(심준보 부장판사)는 골프장 카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A씨(55)가 강원도 모 골프장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7월11일 도내 모 골프장에서 동료와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라운딩했다.
첫날 라운딩을 마친 A씨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상당량의 술을 마셨다. 이튿날 오전 라운딩에서는 전날 과음으로 스트레칭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의 동료는 담당 경기진행요원(캐디)에게 A씨를 숙소로 데려다 줄 것을 요청했다.
‘라운딩을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A씨는 동료와의 승강이 끝에 골프장 2인용 카트에 태워져 숙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아있던 A씨는 카트가 잠시 멈춘 사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중상을 입었다.
이에 A씨 측은 “골프장 측이 술 취한 원고의 상태를 고려해 안전장비가 설치된 카트에 태우거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안전 배려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났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인 A씨가 라운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음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기를 하려고 골프코스로 이동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원고의 잘못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이바지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골프장 측도 술에 취한 원고의 상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이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과실 비율은 원고 90%, 피고 10%가 마땅하다”면서 “골프장 측은 청구액 11억5000여만원의 10%인 1억950여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원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카트 운전 중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골프장 측의 과실보다는 술에 취해 무리하게 골프를 치려고 한 원고 측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판시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과음한 골퍼, 카트에서 떨어져 다쳤다면 본인 과실 커
입력 2015-01-16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