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지능화되는 농산물 원산지 둔갑

입력 2015-01-15 20:38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품관원) 원산지 기동단속반 소속 A씨는 집 근처 한우특화거리 음식점에서 한우 등심을 주문했지만 고기를 받는 순간 수입산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A씨는 다음날 출근해 해당 업소를 다시 찾아 ‘업무상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업체는 당당했다. 냉장고 안에도 국내산 등심만 가득했고, 거래명세서 등 관련 서류에서도 수입산의 흔적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 A씨는 금요일 오전부터 잠복 근무한 결과 승합차에서 식당으로 수입산 소고기를 옮기는 현장을 잡았다. 이 업소는 단속활동이 없는 시간대를 이용, 수입산 소고기를 가져와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작업을 해왔던 것이었다. 원산지를 바꿔치기한 소고기는 모두 15억원 어치(23t)에 달했다.

품관원은 15일 지난해 원산지 위반업소에 대한 단속 결과 이처럼 원산지 둔갑 수법 등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한 31만2000여개 업소 중 4290곳(원산지 거짓표시 2882곳, 원산지 미표시1468곳)이 단속됐다.

품목별로는 배추김치가 1260건(25.2%)으로 가장 많았다. 배추김치는 중국산(1㎏당 929원)과 국산 맛김치(3222원)의 가격 차가 워낙 커 위반 사례도 많다는 분석이다. 국내산 출하량이 감소해 가격이 높아진 돼지고기도 수입량이 늘면서 원산지 위반이 1077건(21.6%)에 달했다. 이어 소고기가 618건(12.4%), 쌀이 391건(7.6%)으로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위반한 경우가 2484곳(57.9%)로 가장 많았다.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차이가 매우 큰 배추김치와 돼지·소고기 등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은 데다 불경기 등으로 인한 경영난이 심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