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엄마에게 말하면 더 혼난다’고 겁줘 아무말 말 못했다.

입력 2015-01-15 17:46

“너가 잘못한 거다. 엄마에게 말하면 더 혼난다.”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에게 뺨을 맞은 네 살 어린이는 보육교사의 엄포 때문에 집에 가서도 엄마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어린이는 몸이 날아갈 정도로 맞고도 보육교사가 무서워 엄마에게 조차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에게 폭행당한 아이의 어머니 A씨는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아이 친구 엄마에게 얘기를 전해듣고 아이에게 왜 곧바로 얘기를 안 했느냐고 물었어요. 선생님이 ‘너가 잘못한 거다. 얘기하면 더 혼난다’고 해서 말을 못했데요. 이렇게 선생님 말을 그대로 듣는 착한 아이인데, 그렇게 때릴 수 있나요.”

A씨는 아이가 폭행당한 지 나흘후인 지난 12일 어린이집 CCTV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됐다고 했다.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아이가 머리를 맞아 넘어졌다는데 괜찮냐”는 말을 듣고 어린이집에 찾아갔다. 화면을 본 순간 A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함께 갔던 친구 엄마들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설마 설마 했지만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잊으려 해도 자꾸 머리에 떠올라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가 자주 맞았을지 모르는데 그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게 너무나 후회된다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작년 3월부터 이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가끔 어린이집에 가는 걸 꺼렸어요. 선생님이 무서워 그러는 줄은 상상도 못하고 매번 아이를 달래서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다른 학부모들도 B씨가 평소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B씨가 담당한 반이 매우 무서운 곳이라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다”며 “다른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B선생님 반에 보낸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우리 아이가 맞는 장면이 뉴스에서 되풀이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픕니다. 하지만 아동 학대 가해자가 강력하게 처벌받아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이를 악물고 참고 있습니다.”

A씨는 아울러 아이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언론에서 아이의 신상정보를 최대한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천=강희청 기자 kangc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