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② 먼지 위에 그려진 중국의 풍류

입력 2015-01-15 15:59 수정 2015-02-13 16:28
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주택가 골목.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차 유리창에서 고대 미인이 부채를 들고 하늘거립니다. 지난 8일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 한 장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누구의 작품이냐.” “각박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나의 미감(美感)을 불러일으켰다.”

이 ‘먼지화(畵)’를 그린 거리의 화가는 올해 67세의 퇴직교사 샤오샹중(肖相忠)입니다. 현역 시절에는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1972년 청두사범학교를 다닐 때 1년 동안 미술반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80년대 화산(華山)과 타이산(太山) 등 중국 각지의 명산을 둘러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산수화와 미인도는 그의 창작의 주요 주제가 됐답니다. 샤오 선생님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먼지화를 그리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종의 취미예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차 주인을 위해 먼지를 조금 닦아 준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리고 그림 훈련도 되고요.” 중국은 돈을 찾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사람들로 가득해 참으로 각박합니다.



샤오 선생님처럼 풍류를 아는 사람들로 인해 그나마 숨을 쉬고 사는 것 같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