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내부 통신망에 대법원장 비판글… “대법관 구성 다양화는 사법부의 사명”

입력 2015-01-15 15:07

현직 판사가 대법관 후임 후보 추천과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대법관 구성원 다양화는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사법부의 사명과 직결된다면서 양 대법원장을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꼬집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송승용(40) 수원지방법원 판사는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14일 밤 11시가 넘어 코트넷에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을 올렸다. 송 판사는 의견서에서 “저는 대법관후보추천위 규칙 제6조 제1항에 의거,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대법원장께 이 게시글을 출력한 서면으로 대법관의 제청에 관한 의견을 제출한다”며 “이번 추천 결과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우리 사회공동체 내의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인권, 노동, 환경 등 각종 사회적 갈등요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분이 대법원의 구성원이 되어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고 하는 사법부의 역할 또는 사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천 직전의 일부 경력을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근거로 삼는 것은 외형적, 표면적 다양화에 그치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실질적인 다양화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장께서 금번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심에 있어, 추천위의 추천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다시 한 번 법원 내외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취지가 가장 적극적, 우선적,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법관 제청을 하실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송 판사는 대법관 구성의 획일성, 편협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판결에 대한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승복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수단이자 통로라고 강조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대법원장께서는 2011년 취임사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추천위의 추천결과가 위와 같은 취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인지 냉철한 자성과 반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판사는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아래의 시에 나오는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이 그립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