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2015 호주아시안컵 우승후보 자격상실 선언은 현실이 됐다.
첫 판에서 우리나라에 한 골 차로 분패한 오만의 폴 르갱(51·프랑스) 감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의 알랭 페랭(59·프랑스) 감독은 8강에서 수월한 상대로 우리나라를 향해 눈짓했다. 우리나라는 만만한 상대로 전락했다.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페렝 감독은 전날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대 1로 격파한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마치고 “호주는 쿠웨이트, 오만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줬다”며 “호주와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강 대진표에서 B조 1위는 A조 2위와 대결한다. A조에서는 우리나라와 호주가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조 1위를 가릴 마지막 3차전만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기거나 지면 조 2위에 머물러 8강에서 중국과 대결한다.
페렝 감독의 발언에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우리나라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눈짓을 보내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2월 동아시안컵(0대 3 패)까지 32년간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당시까지 26승6무로 압도적 우세에 있었다. 한때 ‘공한증(한국공포증)’이란 말이 떠돌 만큼 중국은 쉬운 상대였다. 아시안컵에서 상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우리나라는 호주에서 만만한 상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국가는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조별리그 A조에서 연이어 1대 0으로 겨우 이겼던 오만, 쿠웨이트도 마찬가지다.
오만의 르갱 감독은 지난 13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호주에 0대 4로 대패하고 탈락을 확정하자 우리나라를 물고 늘어졌다. 르갱 감독은 “한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전에 얻지 못한 페널티킥이 있었다. 그걸 얻었으면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다. 편파 판정으로 졌다”고 했다. 페널티킥을 얻어 우리나라와 1대 1로 비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오만에게 비길 전력으로 비춰진 점만으로도 우리나라에는 작지 않은 수모다.
쿠웨이트의 나빌 말룰(53·튀니지) 감독은 같은 날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우리나라가 예상 밖으로 대량 득점에 실패하자 “호주에 대패하고 겁을 냈지만 이젠 희망을 품었다”고 말했다. 졌지만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와 호주의 전력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호주가 개최국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말로 에둘렀다. 우리나라가 호주보다 수월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스스로 몰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부족한 골 결정력에 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는 전·후반 90분 동안 모두 15개의 슛을 때렸다. 이 가운데 6개는 골문 안쪽으로 날아간 유효 슛이었다. 득점 성공률은 슛 대비 6%, 유효 슛 대비 16%로 저조했다.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는 슛이 11개, 유효 슛이 6개다. 슛 대비 9%, 유효 슛 대비 16%의 확률로 골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호주에 골 득실차에서 5골이나 밀린 2위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오는 17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골문을 열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두 경기에서 모두 8골을 퍼부은 호주의 막강한 화력을 저지하는 것만큼이나 골 결정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호주의 실점은 지금까지 한 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7] “이젠 중국도 무시하네”…너무 만만한 한국
입력 2015-01-15 14:11 수정 2015-01-15 16:36